특별공급이 아닌 특별공급[권대중의 경제 돋보기]
‘금수저 특공 논란’ 해소 위해선 중장기적 체계 개선 필요해
아파트 특별공급은 사업 주체가 일반공급에 앞서 사회적,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에게 아파트를 별도의 비율로 ‘특별히 공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1세대 1주택을 기준으로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노부모 부양가족, 장애인 가구 등을 대상으로 하며 관계 기관의 장이 정하는 우선순위 기준에 따라 공급된다. 최근에는 생애최초주택구입자와 신혼부부특별공급을 비롯해 신생아특별공급 등 종류가 너무도 다양하고 많아서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중 어디에 속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다. 게다가 정부가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와 지방의 혁신도시 이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아파트를 특별공급한 적도 있다.
문제는 특별공급의 종류별 자격조건 역시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그 항목은 분양받을 주택의 최고 가격을 비롯해 수분양자의 소득 기준과 자산규모, 무주택기간이나 자녀 수, 임신 여부 등 특별공급 종류마다 다양하고 복잡하다. 다양한 계층에 주택을 공급하려다 보니 조건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청약자에 대한 자격요건은 그대로인데, 아파트 공급가격이 상승해 특별공급 자체가 ‘그림의 떡’이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특별공급 대상, 특히 서민들은 분양을 받더라도 중도금과 잔금을 납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주택 서민들의 가슴은 허전하다. 누구를 위한 특별공급인가?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한 특별공급이라면 처음부터 서민 주거안정을 내세우지 말아야 했다.
최근 ‘로또 청약’이라고 불리며 주목받았던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특별공급에 1만 명이 넘게 몰렸고 460대 1이라는 엄청난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2월 5일부터 8일까지 접수가 진행된 이번 특별공급 대상자는 기관추천과 다자녀, 신혼부부, 노부모부양, 생애최초주택구입자 등이었다. 이 중 노부모부양,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게는 세대주 요건, 신혼부부와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게는 소득 또는 자산기준이 적용됐다. 메이플자이는 3.3㎡당 6700만원이라는 고분양가에 공급됐으며 전용면적 59㎡ 분양가는 17억원에 달했다. 당첨이 되면 전매제한기간 3년과 거주의무기간 2년이 적용되는 지역으로 갭투자는 곤란하다.
지난 1월 24일 분양을 진행한 서울 광진구 광장동 한강호텔 부지에 분양한 ‘포제스 한강’도 전용면적 84.9㎡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우 8가구 모집에 31명이, 생애최초주택특별공급의 경우 4가구 모집에 57명이 각각 청약을 했다. 해당 주택의 분양가는 32억~44억원 수준이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은 일정 수준 이하의 자산·소득 기준을 충족해야만 한다. 정상적인 중산층 기성세대도 분양받기 어려운 아파트임에도 자산과 소득기준이 적용되는 특별공급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이렇게 분양가격이 높은 지역에서 특별공급은 누구에게 혜택을 주려는 제도인지 의문이 든다.
이 같은 사례에 대해 일각에서는 금수저 논란과 함께 특별공급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식이나 코인 등으로 대박 난 사람이나 부모 찬스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금수저만이 청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별공급은 집 없는 사회적 약자인 무주택자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주려는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깃든 제도다. 그런데 주택가격 상승이 특별공급제도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특히 분양가 9억원 이상 특별공급이 폐지되고 다시 부활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제기됐던 문제점들이 해소되지 못한 채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당장 제도가 개선되지 못하더라도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나눠 세부적으로 연구하고 검토해야만 하는 문제다. 생애최초 등 특별공급 종류에 따라 적용되는 면적 제한이 그 예다. 특별공급 대상에게도 넓은 집을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렇다고 면적 제한을 모두 해제해 버리면 이번에도 고가 주택 특별공급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 있다.
특별공급의 대전제가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사회계층을 위한 것이라면 분양가격 15억원, 20억원까지 특별공급 받도록 배려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래서 지역별, 분양가격별 구분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특히 고가주택을 특별공급으로 분양받은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과세를 늘려서라도 양극화를 완화하고 형평성 논란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물론 이런 문제도 사회적 합의와 공감이 있어야 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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