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자금력에 한국 e커머스·제조 中企 말라 죽는다

이경운 기자 2024. 3.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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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순이익 국내 업체들 압도
수수료 공짜에 셀러들 대거 입점
국내 中企 매출 급감에 줄폐업
의류 등 中직구액 3년새 500%↑
[서울경제]

국내 쇼핑 플랫폼 업체들이 중국 e커머스의 공습에 설 곳을 잃고 있다. 거대한 자금력을 무기로 한국 셀러들을 입점시키는 상황인데 국내 제조 대기업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을 위해서라도 알리바바 산하 알리익스프레스를 외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가격 경쟁력과 브랜드 파워가 미약한 국내 중소 제조 업체들은 고사할 위기에 내몰렸다.

1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48조 1257억 원과 순이익 8조 8551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e커머스 최강자인 쿠팡(매출액 8조 6555억 원·순이익 1807억 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6배, 순이익은 50배가량 된다. 중국 내에서 알리바바의 후발주자로 테무를 운영하고 있는 핀둬둬는 3분기에 매출액 12조 7126억 원, 순이익 3조 1443억 원을 기록했다. 이 역시 쿠팡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중국이라는 막대한 시장을 무대로 하는 만큼 국내 쇼핑 플랫폼들과는 차원이 다른 수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e커머스 업체들은 이런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e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 앱 사용자 수는 818만 명으로 11번가(736만 명)를 제치고 2위를 기록했다. 이제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기준 알리 위에 남아 있는 e커머스는 쿠팡(3010만 명)뿐이다. 저렴한 중국산 공산품을 무료로 배송해줌으로써 국내 고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한 것이다. 알리와 함께 테무도 581만 명으로 G마켓(553만)을 누르고 4위에 올라섰다.

알리가 지속적으로 고객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것은 국내 셀러 모집에 성공한 덕분이기도 하다. 알리는 지난해 11월 국내 판매자 전용 채널 ‘K-Venue(케이 베뉴)’를 론칭하면서 입점·판매 수수료 무료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오픈 마켓 셀러 입장에서는 이보다 큰 입점 혜택이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최대 식품 업체인 CJ제일제당을 비롯해 LG생활건강·쿠쿠 등 생필품, 전자 업체까지 알리에 합류하면서 힘을 실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더해 알리가 신선식품 시장에 진출하면서 지역에 기반한 중소 셀러들이 채소·과일 등을 납품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되는 신선식품 딸기. 사진 제공=알리익스프레스

국내 대기업이 알리익스프레스에 협력하는 것은 중국 시장 관리 측면도 있다. 알리바바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티몰에는 한국 제조 대기업 업체들이 기업 소비자 간 거래(B2C)로 물건을 팔고 있다. 과거보다 중국 시장 비중이 줄기는 했지만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는 거대한 중국 시장을 외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 때문에 알리바바의 국내 플랫폼인 알리와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알리는 12일 예정된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에서 세계로’를 주제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 프로그램도 발표한다. 알리에 입점하면 세계 곳곳에 진출한 알리바바 플랫폼을 통해 물건을 팔 수 있다는 점을 마케팅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관심을 기울일 만한 주제다.

문제는 대기업과 달리 공산품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들은 중국 e커머스 탓에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에 납품하는 의류와 신발, 잡화 품목을 국내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중소 제조업체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를 통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가장 많이 들어온 품목은 의류 및 패션 상품으로 전체 중국 직구액(3조 2872억 원) 중 58%(1조 9191억 원)에 달했다. 이는 2020년(3182억 원) 대비 503%(1조 6009억 원) 늘어난 수치다.

이 같은 현상에 국내 의류 및 신발, 잡화를 제조해 판매하는 국내 중소기업은 매출이 급감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강북구에서 의류 공장을 운영하는 A 씨는 “중국 직구 앱 영향으로 매출이 70~100%까지 줄어 공장세 내기도 빠듯한 상황”이라면서 “지역마다 공장 3~4개씩은 문을 닫았으니 서울 전체로 보면 어마어마한 숫자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국내 제조업체는 저가의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게 되면 가격 측면에서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면서 “국내에서 몇천 원에 납품하는 욕실 슬리퍼를 중국에서는 몇백 원 단위로 공급하니 이대로면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은 설 자리를 완전히 잃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미 국산 신발 및 의복의 공급 비중은 매년 쪼그라드는 추세다. 통계청의 연간 제조업 국내 공급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에 공급된 국내산 가죽·신발 제품은 2020년과 비교해 12.2% 줄어든 반면 수입산은 22.4%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산 의복·모피 제품은 9.9% 공급이 감소했고 수입산은 47.8% 많아졌다.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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