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373경기' 권순형의 축구철학과 유소년 멘토로써의 꿈[권순형 은퇴인터뷰③]

이재호 기자 2024. 3.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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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373경기. 한국 축구 최상위 무대에서 373경기를 나오기 위해서는 30경기를 12년간 꾸준히 나와도 부족하다. 그것도 대학교 4학년을 모두 마치고 프로에 와 가장 활동량이 많은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로 37세의 나이까지 뛰며 이룬 출전 경기수이기에 더 의미가 크다.

고대 10번으로 주목받던 유망주는 K리그 두 팀에서 주장을 역임하는 리더였다 동기들이 모두 은퇴한 2023시즌까지 활약한 후 은퇴를 선언했다.

15년간의 프로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도자로써의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권순형(38)을 만나 그의 축구인생 소회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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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나에게서 공이 빨리 떠나게 하는 것"

활동량이 가장 많은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로 37세까지 활약한 권순형. 대졸선수로 프로 통산 373경기 21골 29도움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남기고 은퇴하는 그가 생각하는 37세의 나이에 프로선수로 15년간 활약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저는 신체가 크지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아요. 대단한 강슛을 가진 것도 아니었죠. 이런 신체적 약점이 있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알고있었어요. 그래서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을 남들보다 빠르게 읽으려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계속해서 고개를 들어 공이 없는 쪽은 누가 있고, 누가 나를 막으러 오는지 판단하려고 했죠."

권순형이 강조한 것은 '공을 빠르게 나에게서 떠나게하는 것'이었다. 사실 축구에서 실제로 선수가 공을 소유하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적다. "저는 축구를 해오면서 공을 잡고 무언가를 해보려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나에게서 최대한 공이 빨리 떠나게할까를 고민하고 실행해왔어요"라며 "아이러니하게도 축구는 공을 빨리 차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에게 보내면 골을 넣을 수 있는 스포츠거든요"라고 말하는 권순형.

ⓒ프로축구연맹

그리고 권순형에게 경기전에 가지는 미팅은 마치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시험 준비전의 시간이었다고.

"저는 프로 생활 내내 제 것을 고집하려 한적이 없어요. 그래서 많은 감독님을 만나고 많은 미드필더 동료를 거쳤지만 주전급 선수로 계속 뛸 수 있었죠. 코칭 스태프는 항상 훈련과 미팅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얘기해요. 그걸 메모하고 기억했다가 훈련장과 경기장에서 어떻게해서든 수행하려는 생각만 가지고 축구를 하는거예요. 내가 지도자라도 내가 말하는걸 하려는 선수가 예뻐 보이지 않을까요.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나를 써주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 그것이 37세의 나이까지 프로 생활을 할 수 있는 비결이라면 비결이죠."

▶내게 필요했던 유소년의 '멘토' 되고파

국내는 물론 중국 리그에서도 코치 제의가 있었지만 권순형은 개인 레슨 코치로의 시작을 택했다.

"어린시절 어떤식으로 축구를 해야하고, 지금 하고 있는게 맞는지 물어볼 사람이 없었어요. 프로 경험이 풍부한 옆에서 조언해줄 경험많은 멘토가 있었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에 어린 선수들은 저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가장 컸죠"라며 의외의 선택을 설명한 권순형은 이어 "제 경험을 통해 유소년 나이에는 반드시 기본기에 대한 철저한 훈련과 이해가 되어있어야만 프로에서도 기복없이 성공할 수 있다고 믿기에 그 부분을 반드시 갖추게 만드는 지도자가 되려합니다"라고 말했다.

ⓒ프로축구연맹

"돌이켜보면 그나마 저는 중학교 때 만난 이규준(현 장안대 감독) 감독님 아래에서 중앙 미드필더란 어떻게 뛰어야하고 어떤 생각을 가져야하는지 제대로 배웠기 때문에 이렇게 배운 기본기 덕에 프로에서 15년간 뛸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다고 봐요. 저 역시 어린 선수들에게 그런 '멘토'가 되고 싶어요."

은퇴가 알려지자 벌써 축구 선수를 꿈꾸는 엘리트 선수의 부모님들이 권순형을 찾아 개인 레슨을 시작 중이다. 성남 판교에서 '권순형 풋볼랩'을 운영하며 현재 초등학생, 중학생 등 유소년 선수들에게 '기본기'를 강조하는 멘토로써 레슨 중인 권순형. 

"전 축구를 정말 사랑했어요. 초등학교 4학년때 처음 공을 차던 재미와 은퇴하는 마지막 시즌에 차던 재미는 저에게 한결 같았어요. 그래서 이 좋아하는 축구를 오래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치면 안되고 몸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탄산음료를 먹지 않고 항상 프로 생활 내내 똑같은 몸무게를 유지했어요. 술, 담배 등 몸에 해로운건 필요하고 일찍자고 매일 매일 훈련하는 것. 운동선수라면 기본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그 기본을 선수생활 내내 해내지 못하는 이들이 대다수였죠. 하지만 전 끝까지 지켜냈어요. 이제 지도자로써 이런 노하우를 전수해 저를 넘어 K리그 400경기, 500경기는 물론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선수를 길러내 보겠습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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