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해진 서울 표심… 공천 잡음·부동산·언더독이 승부 가른다[총선 D-30]

김도형 2024. 3.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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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횡사' 공천 잡음… 서울 표심에 미칠 영향은
한강벨트 지역구 변화… 재개발 등 중산층 유입
'험지' 도전하는 동부벨트 언더독… 젊은 대결 주목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한 달여 앞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관위에 선거일을 알리는 알림판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서울은 1987년 민주화 이래 9번의 총선에서 진보계열 정당이 7차례 이겼다. 4년 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49석 가운데 41석을 쓸어 담아 압승했다. 보수정당이 서울에서 승리한 건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파격적으로 새 인물을 수혈한 1996년과 뉴타운 바람이 불었던 2008년 총선뿐이다. 공천과 부동산 이슈가 부각될 때 그나마 균형추가 옮겨졌던 셈이다.

4·10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공천 잡음이 거셌다. 한강과 인접한 지역의 부동산 문제는 서울 유권자의 최우선 관심사다. 동부벨트에서 반전을 노리는 국민의힘 3040 도전자들도 만만치 않다. 서울 48개 지역구(1석 감소) 전체 구도는 여전히 민주당에 유리하지만, 국민의힘의 공격이 주효할 경우 곳곳에 균열을 낼 전망이다.

서울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세가 뚜렷하다. 공천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정체되거나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갤럽이 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45%로 민주당(24%)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野 '공천 잡음'… 정권 심판론 힘 받을까

그래픽=송정근 기자

먼저 주목할 지역은 중성동갑, 동작갑·을, 영등포갑이다. 2020년 총선에선 민주당 후보가 모두 당선됐지만 2022년 대선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승리하며 민심이 출렁였다. 공천 내홍으로 민주당이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중성동갑은 민주당의 아성으로 통하지만 이번에는 표심을 결집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끝내 공천 탈락하면서 '비명횡사'와 친문재인(친문)-친이재명(친명)계의 충돌을 상징하는 곳으로 부각됐다. 민주당이 총선 전략으로 강조하는 '정권 심판론'이 희석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경제통' 윤희숙 전 의원, 민주당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내세웠다.

민주당의 또 다른 우세지역인 동작도 변동성이 커졌다. 동작을에서 현역 이수진 의원을 공천 배제하고 류삼영 전 총경을 전략공천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이 의원에게 패한 나경원 전 의원이 5선에 도전한다. 이 의원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남아있다.

동작갑은 민주당 공천 실무를 주도해 비판의 표적이 된 김병기 의원 지역구다. 이수진 의원이 김 의원의 불법자금 수수 의혹을 제기하자 김 의원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소송전으로 번졌다. 국민의힘은 장진영 서울시당 대변인이 김 의원과 리턴매치에 나선다. 이곳에서 3선을 지낸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새로운미래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까지 거론돼 변수가 하나 더 늘었다.

영등포갑은 문재인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영주 국회부의장(4선)이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에 반발해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겼다. 민주당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이에 맞서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이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전통의 승부처' 한강벨트… 인구 구조 '대폭' 변화

정부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대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힌 1월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부동산과 직결된 한강벨트는 선거 때마다 서울의 승부처로 꼽혔다. 특히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을 비롯해 영등포 양천 강동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세 수입이 2019년 대비 50% 이상 크게 증가했다. 집값 상승과 재개발로 인한 주택수 증가에 따른 것이다. 중산층의 표심이 여야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쏠린다.

마포갑의 변화가 눈에 띈다.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13%포인트 차로 압승했지만 2022년 대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12%포인트 넘게 승리하며 요동쳤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과거와 표밭이 달라졌다. 이번 총선에서는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과 민주당 영입인재 이지은 전 총경이 맞붙는다. 양천갑도 총선은 민주당, 대선은 국민의힘이 크게 앞선 곳이다. 지난 총선 당시 국민의힘이 한강 이북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용산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의원이 민주당 강태웅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과 재대결한다.

국민의힘 함운경 민주화운동 동지회 회장과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맞붙는 마포을의 경우, 유권자 가운데 여성이 54.3%로 전국 254개 지역구 가운데 비중이 가장 높다. 여야 모두 두 후보의 운동권 경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념 대결이 아닌 육아와 쓰레기 소각장 문제를 비롯한 지역 밀착형 공약이 유권자들에게 더 와닿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동부권 '언더독' 매치… 젊은 '대결'도 주목

서울 동부권의 중랑 강북 도봉 강동 등은 이른바 '민주당의 텃밭'이어서 보수정당 후보들이 선거 때마다 고배를 마신 곳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랜 기간 지역을 다져온 국민의힘 30·40대 젊은 후보 4인방이 일찌감치 도전장을 던지며 '언더독 매치'를 예고했다. 이승환(중랑을) 전상범(강북갑) 김재섭(도봉갑) 이재영(강동을)이 민주당의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과 대결을 펼친다.

공교롭게도 이들과 맞서는 민주당의 '탑독'은 이재명 대표의 측근으로 불리는 현역 의원들이다. 박홍근(중랑을) 의원은 이 대표 대선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고, 천준호(강북갑) 의원은 현 비서실장이다. 이해식(강동을) 의원은 이 대표 배우자 실장을 지냈다. 서울에서 가장 젊은 후보가 맞붙는 곳은 도봉갑이다. 30대 중반인 안귀령(35) 민주당 상근부대변인과 김재섭(37) 국민의힘 후보가 결전을 치른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 그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래픽=송정근 기자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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