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회장, 지배구조 개편 속도… NH證, 사장 선임에 '낙하산' 쟁점

이남의 기자 2024. 3. 11.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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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이 7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농협중앙회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이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새로운 농협'을 공약으로 내세운 강 회장은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를 통합하는 개편 작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농협중앙회 산하에 농협금융지주만 두는 구조다.

금융감독원이 농협금융지주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에 현미경 검사를 예고한 가운데 농협중앙회 출신이 금융지주와 계열사 요직에 자리하는 '낙하산'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열고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강 회장은 지난 1월 직선제로 치뤄진 농협중앙회 제25대 회장에 당선됐다.

강 회장은 지난 7일 당선 후 첫 행보로 현충원을 찾아 "농업, 농촌, 농업인과 농협을 위해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는 4년 단임제에 비상근직이지만 농협 조합원을 대표하면서 인사와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농민 대통령'으로 불린다. 농협중앙회 자산 규모는 약 145조원, 계열사는 32개에 달한다.


12년 만에 중앙회-경제지주 통합… 농협법 개정 필요


강 회장의 취임 후 최대 관심은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를 통합하는 개편 작업에 쏠린다. 현재 농협의 지배구조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각각의 지주로 존재하는 '1중앙회 2지주 체제'다.

농협중앙회는 2012년 중앙회·경제지주·금융지주 구조로 나눠 운영하는 '신경분리'를 단행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은행과 보험, 증권 등의 계열사가 포진했다. 농협경제지주는 농축수산물과 공산품, 가공식품 도소매와 같은 비금융 계열사를 거느린다. 남해화학과 농협홍삼, 하나로유통 등이다.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제12조를 보면 농협중앙회는 금융지주회사와 경제지주회사와 자회사에 한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25조 1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 회사로서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는 취득 또는 소유하고 있는 국내 계열회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경제지주를 흡수하려면 이를 허용하는 조항을 포함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 통합 시 중앙회 산하에는 농협금융지주가 남는다. 그동안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과 농협은행 등에 브랜드 사용료와 출연기금을 받았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농협지원사업비는 4927억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9.4% 증가한 수치다.


NH투자증권 차기 사장 후보에 중앙회 출신… 금감원, 검사 변수


최근 신임 사장 인선에 나선 NH투자증권도 농협중앙회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구조다. NH투자증권 임원추천위원회가 꾸린 차기 사장 숏리스트에는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과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이 포함됐다.

증권 경험이 없는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이 숏리스트에 포함되면서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농협중앙회가 사실상 유 전 부회장을 내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 전 부회장은 농협중앙회에서 상호금융마케팅국장·충남지역본부장·기획조정본부장, 농협자산관리 대표이사 등을 거쳤다. 농협 안팎에선 숏리스트가 확정되기 전에 강 회장이 유 전 부회장을 차기 증권 대표로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금감원은 농협은행에 이어 농협금융지주, NH투자증권에 검사를 확대하며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검사는 지배구조 점검에 초점을 맞춰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인 NH투자증권 후보군에 어떤 영향을 줄 지가 주목된다.

국민의 힘 홍문표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앙회 출신 퇴직 인사가 자회사에 임원으로 재취업한 수는 109명으로 연봉은 평균 2억3000만원에 달한다. 농협 자회사 임원급 재취업은 중앙회(교육지원 자회사) 25명, 금융지주 13명, 경제지주(농경) 55명, 경제지주(축경) 16명으로 109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중앙회는 금융 계열사로 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고 이를 단위 조합에 사용하는 지배구조 문제와 낙하산 인사가 꾸준히 제기됐다"며 "강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를 예고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검사가 이뤄져 NH투자증권 사장 인선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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