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앞에서 옷 사고, YG 근처선 K팝 댄스 수업"···외국인으로 붐비는 기획사 상권
SM 상권 17배 뛰고 하이브·JYP·YG는 4배 ↑
댄스학원·의류업 매출은 364배, 93배 껑충
1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인근의 한 의류 매장. 모자를 써보고, 신발을 신어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양한 국적의 외국어가 들렸다. 이 가게를 찾은 고객 20여명 중 한국인은 단 3명 뿐. 80% 이상이 외국인 고객이었다. 인근 화장품 매장도 외국인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매대마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벼 상품을 구경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같은 날 마포구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옥 근처의 댄스 스튜디오. 수업 시작까지 15분 넘게 남은 시간이었지만 스튜디오 문 밖에는 펑퍼짐한 바지에 운동화, 품이 넉넉한 점퍼 차림인 외국인 수강생 1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머리를 염색해 땋거나, 화장을 진하게 하는 등 K팝 아이돌 스타일을 흉내낸 이들도 보였다. 인근의 또 다른 댄스 스튜디오인 YGX 아카데미도 상황은 비슷했다. YGX 아카데미 관계자는 “외국인 수강 비율이 많이 늘어 한 반(65명 정원)에 60% 이상은 되는 것 같다”면서 “중국, 일본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K팝 영향으로 유명 연예 기획사 사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주변 상권이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BC카드 신금융연구소와 협업해 상권별 외국인 관광객 결제액을 분석한 결과 SM(성동구 성수동), YG(마포구 합정,서교동), 하이브(352820)(용산구 한강로동), JYP 엔터테인먼트(강동구 성내동) 등 4대 기획사 인근 상권 매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결제금액은 2020년 대비 성수동이 약 17배, 합정동·한강로동·성내동이 약 4배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K팝이 인기를 끌면서 연예기획사 사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영향이다. 이들은 사옥을 찾아 사진을 찍거나 기획사에서 준비한 팝업스토어 등을 찾은 후 인근에서 식사와 커피·쇼핑 등을 즐기고 원데이 클래스 수업을 받았다.
외국인 관광객 매출이 가장 급증한 상권은 SM 사옥이 자리한 성수동 인근이다. 특히 편집숍과 브랜드 매장 등 의류업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BC카드 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이 지역의 의류업 결제 금액은 2020년 대비 364배 뛰었다. 싱가폴에서 온 비키(20)는 “NCT WISH의 팝업스토어에 오기 위해 SM이 있는 성수동을 찾았다”면서 “성수동은 SM엔터테인먼트 사옥이 있는 데다가 아이돌이 방문한 편집샵·카페·소품샵 등이 많아 K팝 팬들 사이에서 서울 여행 코스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성수동의 한 편집숍 매장 직원은 “평일에 찾아오는 고객 8~90% 정도는 외국인”이라면서 “제일 많이 찾는 옷은 Y2K 스타일의 여성 의류”라고 말했다.
YG 사옥이 위치한 합정동 인근에서는 K팝 안무와 힙합 춤 등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몰리면서 지난해 댄스 아카데미 업종 결제금액과 건수가 2020년 대비 각각 25배, 93배 늘었다. YGX 인근 카페 직원은 “스우파·스맨파 흥행 이후 한 때는 YG 건물 앞보다 YGX 앞에 사람이 더 많았다”면서 “K팝 안무 뿐 아니라 국내 댄스 크루의 안무를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인도 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외 모든 기획사 상권에서는 공통적으로 식음료, 음식업 매출이 급증했다. 일례로 지난해 하이브 인근 식음료(카페, 바, 레스토랑) 업종 외국인 결제금액은 2020년 대비 53배 늘었다. JYP 인근 음식업(한식) 결제 금액도 91배 증가했다. 하이브 인근에 자리한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지난해 외국인 매출은 2020년 대비 461% 뛰었고, 이 중 테이스트파크(F&B) 매출이 75% 올랐다”면서 “하이브 사옥이 용산으로 옮겨온 뒤 기획사 건물 앞에서 사진을 찍은 뒤, 아이파크몰을 찾아 밥을 먹는 외국인이 많이 늘었다”고 풀이했다. YG에서 운영하는 카페 직원은 “손님 중 외국인 관광객 비율은 90% 이상으로 하루 평균 160명 이상 찾아오는 것 같다”면서 “아이돌 멤버 생일이나 기념일 등 이벤트가 있는 날은 문 밖까지 길게 줄을 서서 대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하이브와 SM, YG는 모두 2020년 이후 사옥을 이전해 외국인 관광객의 매출 증가폭이 더 컸다. 앞서 하이브와 SM은 모두 지난 2021년 사옥을 현재 장소로 이전했다. YG는 이보다 앞선 2020년 9월에 사옥 이전을 마쳤다. BC카드 신금융연구소 관계자는 “2020년이 코로나19 기간임을 감안하고 봐도 유의미한 수치”라며 “지역 특색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형태가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 죽일거면 쫓아와라'…'거리 흉기난동' 맨손으로 저지한 '시민 영웅', 누구길래
- 원희룡에 쫒기는 이재명, 하루 만에 ‘2찍’ 발언 사과
- '맨시티·리버풀 끝장낸다'는 맨유 새 구단주…지바겐·디펜더에 도전장 [Car톡]
- [영상]이천수 배에 드릴 대고 '가족들 어디 사는지 안다'…협박한 70대男, 당시 상황 보니
- '정부는 의사 이길 수 없다' 노환규 前의협 회장 11시간 경찰조사 받고 나와 한 말이…
- 범행에 딱 '30초' 걸렸다…인천 금은방 털고 잠적했다 열흘 만에 붙잡힌 간 큰 2인조
- ‘낭만닥터’ 이국종 '내가 있어야 할곳은 환자 옆”…환자 외면 의료파업에 ‘경종’
- '갤럭시 링 유출된 줄' 아마존에 파는 이 스마트 반지, 정체 알아보니
- 성태윤 정책실장 '진료지원 간호사 제도화…2000명 증원 변화 없어'
- 시도의사회 회장들 “정부가 의료공백 원인 제공…의대 증원 재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