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토종 AI 경쟁력 그리고 '네카오의 봄'
“세상을 바꿀 최고의 혁신”
오픈AI가 만든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2022년 11월 30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단언했다.
두 달 만에 가입자 수 3억 명,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억 명을 돌파하며 열풍은 광풍으로 이어졌고 게이츠는 챗GPT 출시 1년 뒤인 지난해 11월 개인 블로그 '게이츠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AI는 우리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고 5년 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인류에게 열릴 것이다."
게이츠의 말처럼 생성형 AI는 인류의 삶과 미래를 예측하는데 ‘상수’로 자리 잡았다. 인류가 진보하는 모든 영역과 하나하나의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시장은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는 지난해 149억 달러(약 19조 8915억 원)에 달했던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 규모가 오는 2026년 1118억 달러(약 149조 2530억 원)로 8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텍스트 뿐 아니라 이미지·영상·음성 등 다양한 형태로 입력된 정보를 분석하고 추론할 수 있는 '멀티모달(Multi Modal)' 모델까지 앞다퉈 내놓으면서 경쟁은 그야말로 불을 뿜고 있다.
‘한국 토종 AI는 어떤 수준에 와 있고, 과연 경쟁력은 있는 걸까.’ 자연스럽게 우려 섞인 질문이 이어진다.
네이버는 최근 답을 내놨다. 한국판 AI 성능평가 체제 'KMMLU'에서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가 오픈AI의 GPT-3.5-터보(Turbo)와 구글의 제미나이 프로(Gemini-Pro) 등을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일반 지식과 한국 특화 지식을 종합한 전반적인 성능이 글로벌 빅테크 AI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임이 확인됐다고도 했다.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아직 자체 생성형 AI를 내놓지 못했다. 지난해 출시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계속 미뤄졌던 코지피티 2.0의 개발을 마무리하고 공개 시점을 조율 중이다. 아직 내부 논의 중이지만 빠르면 4월 중으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업체 모두 AI를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고 안방사수 및 해외진출을 꾀한다는 계획이지만 글로벌 빅테크의 거침없는 질주를 따라잡기에는 아직 갈 길이 너무 멀다.
대선과 총선 등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어김없이 반복되는 정치권의 압박 속에 플랫폼 업계는 지난해 유독 힘든 시간을 보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플랫폼 규제 법안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내놓았고, 이번 정부 들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추진하면서다.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기업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사전 지정해 자사우대와 끼워팔기, 최혜대우 요구 등 불공정 행위들을 뿌리뽑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토종 플랫폼 기업 성장을 가로막아 국내 산업이 후퇴할 것이라는 각계의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혀 원점 재검토 국면에 들어간 상태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플랫폼 규제 관련 법안은 20개가 넘는다.
각종 규제뿐 아니라 총선을 전후해 뉴스에 민감한 정치권의 눈이 네이버와 카카오에 쏠릴 것이 뻔한 상황에서 '플랫폼 길들이기' 정책 방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포털 업계는 아직도 한겨울 한파 속에 갇혀있다.
AI를 중심으로 기술과 콘텐츠, 커머스, 헬스케어 등 다양한 신사업에 힘입어 플랫폼 기업들의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지만 막대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해외 기업들과의 기술 경쟁에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를 판에 규제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구글·메타·MS와 맞서 싸울 토종플랫폼이 없다면 우리 시장은 누가 지켜낼 것인가.”, “글로벌 빅테크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디지털경제 전쟁터에서 국내 기업만 때려잡는 과도한 규제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한참 전부터 이미 정해진 답을 향한 질문은 여전히 이어진다. 막바지 꽃샘추위가 지나고 봄이 왔지만 아직 '포털의 봄'은 오지 않았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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