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당뇨약 타러 빅5로?"…비정상 의료체계 손본다

박정렬 기자 2024. 3. 11. 05: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전공의 집단행동은 역설적으로 "경증환자는 1·2차 병원, 중증환자는 3차(상급종합) 병원"이라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촉발했다.

정부는 투약·검사·처방 등 의사의 진료권한을 차례로 해체한 데 이어 장기적으로 1·2·3차 병원의 역할을 명확히 나눌 방침이다.

경증과 중증등 환자는 각각 1차(병의원), 2차(종합) 병원이 맡고 중증환자는 3차(상급종합) 병원이 책임지는 의료전달체계가 자리를 잡아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요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현황/그래픽=조수아

전공의 집단행동은 역설적으로 "경증환자는 1·2차 병원, 중증환자는 3차(상급종합) 병원"이라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촉발했다. 정부는 투약·검사·처방 등 의사의 진료권한을 차례로 해체한 데 이어 장기적으로 1·2·3차 병원의 역할을 명확히 나눌 방침이다. 외래 중심의 환자수 감소로 오늘날 '수도권 큰 병원'의 매출감소와 규모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이탈로 인한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비상진료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예비비와 건강보험 재정 등 약 3000억원을 투입해 병원에 남은 의사에게 비용보상 등 혜택을 주고 추가인력 채용 등을 독려하고 나섰다. 의사를 대신해 일하는 PA간호사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비대면진료를 전면개방하는 등 부족한 의사를 대체할 수 있는 정책도 잇따라 내놨다.

공급부족 상황에 수요조절은 필수다. 각 병원은 외래와 수술·입원을 조절하며 대응한다. 정부는 환자를 포함한 국민의 이해를 구하려 '위중한 분께 큰 병원을 양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경증환자는 동네 병의원으로'라는 공익광고를 서울역 등에 내걸었다.

정부와 병원의 선제대응으로 중증·응급환자 치료에 큰 차질은 빚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6일 12시 기준 응급실 일반병상 가동률은 29%,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은 71%로 집단행동 이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경증과 중증등 환자는 각각 1차(병의원), 2차(종합) 병원이 맡고 중증환자는 3차(상급종합) 병원이 책임지는 의료전달체계가 자리를 잡아간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 장기화로 촉발된 의료전달체계의 변화를 장기적으로 안착시키려는 목표가 있다. 전체 의사의 10%도 안되는 전공의가 빠진다고 빅5 병원이 '마비'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전문의를 위주로 위중증환자는 '큰 병원'에 가고 감기·만성질환자는 '동네병원'으로 가는 의료전달체계를 확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의료서비스 공급에 필요하다고 정부는 판단한다.

만약 정부가 본인부담률 조정 등으로 이런 환자수요를 조절하면 이미 비대해진 빅5 병원 등 대형병원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까지 고혈압·당뇨병 약을 타러 '수도권 큰 병원'을 찾는다. 병원도 낮은 수가를 극복하기 위해 값싼 노동력(전공의)을 이용해 박리다매 정책을 펼치다 보니 경증환자라고 내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환자가 1·2차 병원으로 가면 의료수익의 40%가량을 책임져온 외래가 당장 환자수 감소에 직면한다. 외래진료 이후 이어지는 검사·치료도 줄어 지금처럼 쉴 새 없이 장비를 돌리기 힘들어진다.

지난 8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는 외래진료를 보려는 환자로 가득했다. 전공의 이탈로 대형병원의 병동·수술실은 텅텅 비었는데 외래가 북적이는 것은 이곳은 교수(전문의)들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암 등 중증 질환은 남은 전문의가 최대한의 진료를 수행하며 환자 관리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환자 총 346만9589명 중 외래환자는 331만3333명으로 95%를 차지했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교수는 "의료전달체계가 개편되면 대형병원이 그동안 늘려놓은 시설과 인력을 지금처럼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외래가 환자로 가득차있다./사진=박정렬 기자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