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 숙원사항] “지역사랑상품권 농협 사용 허용·연금보험료 지원 확대를”

김해대 기자 2024. 3. 1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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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2024 농업·농촌 숙원사항’ 발표
현장 의견 수렴해 26가지 선정
무기질비료 추가예산 확보 절실
농·축협 설립인가 기준 현실화
군급식 조달 수의계약 체계 유지

현재 전국 농·축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 2208곳, 자재 판매장 2099곳에서는 ‘지역사랑상품권’을 사용하지 못한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관련 지침을 개정해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사업장에서만 상품권 사용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농·축협 하나로마트, 자재 판매장 등은 하나의 사업장으로 묶여 대다수가 가맹점에서 제외됐다.

농촌은 상품권으로 농자재·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 농협 외에는 마땅찮다. 농협은 읍·면 단위에 있는 하나로마트, 자재 판매장을 ‘개별사업장’으로 분류해 연 매출 30억원 이하이면 상품권 가맹점으로 허용해달라고 건의할 계획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하나로마트 2208곳 중 1045곳(47.3%)에서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

농협중앙회는 이를 포함한 ‘2024 농업·농촌 숙원사항’ 26가지를 8일 확정하고, 국회·정부 등을 대상으로 연중 이해·설득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제도개선 요구=올해 농업·농촌 숙원사항은 43개 농민단체, 새농민상 수상 가정 등 현장 의견을 수렴해 선정됐다. 여기에는 ▲지속가능한 농축산업 기반 구축, 경쟁력 제고 ▲농축산물 가격·수급 안정 ▲농업부문 세제·금융 지원 ▲농민 복지 향상, 농업·농촌 활력화를 위한 주요 과제들이 담겼다.

올해 숙원사항 중 무엇보다 해결이 시급한 현안으로 ‘무기질비료 정부 예산 지원 확대’가 꼽힌다. 비료 가격이 급등한 데 따라 정부·지방자치단체·농협은 2022년부터 무기질비료 가격 상승분의 80%를 농가에 지원하고 있다. 정부가 30%, 지자체가 20%, 농협이 30%씩 분담하는 방식이다. 올해도 비료 가격 강세가 지속되며 농가 부담 증가액이 192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부 지원 예산은 288억원만 반영돼 있다. 농가의 비료 수요를 충족하려면 정부 지원 예산이 577억원은 돼야 한다. 무기질비료 가격지수는 2021년 8월 100을 기준으로 볼 때 2023년말 149.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농협은 정부 추가경정예산 편성 또는 타 예산 전용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 특례 유지와 적용 범위 확대’도 해결을 바라는 현안이다. 2014년 호주·캐나다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당시 국회·정부의 합의로 도축장에 전기요금을 20% 할인하기로 했다. 도축장은 출하농가에 도축 수수료를 감면해준다. 2015년부터 적용된 할인은 올해말로 종료된다. 내후년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호주·뉴질랜드산 쇠고기 관세 철폐가 줄줄이 예고돼 있어 관련 특례가 유지돼야 한다는 게 농업계 입장이다.

농촌지역 농·축협들은 ‘농·축협 설립인가 기준 현실화’도 바라고 있다. 농촌인구 감소로 조합원 감소와 고령화에 직면한 탓이다. 현재 지역 농·축협은 조합원 1000명 이상, 품목 농·축협은 200명 이상을 충족해야 설립인가를 받는다. 이 기준에 미달하면 설립인가 취소나 합병 명령을 받는다. 농·축협들은 인구감소뿐 아니라 농업성격이 과거 노동 집약적에서 자본·기술 집약적으로 변하는 만큼 ‘농협법’상 농·축협 설립인가 취소 기준에서 ‘조합원수’를 제외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농축산물 수급, 농촌 복지분야 숙제 많아=농축산물 가격과 수급안정을 위한 제도개선 요구도 숙원사항에 다수 포함됐다.

2025년부터 종료되는 군급식 농축산물 수의계약도 당면한 문제다. 2021년 정부의 군급식 종합개선대책에 따라 농축수산물 수의계약 물량이 2022∼2024년 단계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올해는 2021년 물량의 30% 수준으로 농축수산물 수의계약이 진행된다. 농협경제지주 측은 “2025년 이후 경쟁 방식이 전면 도입되면 군납에 참여해온 농협들은 타 유통업체와 경쟁에서 발생하는 소모적인 비용과 공급농가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군납을 위한 계획 생산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채소가격안정제의 정부 예산 지원 확대는 산지 농협의 숙원사항이다. 채소가격안정제는 배추·무·마늘 등 7개 품목 가격이 하락하면 평년 가격의 80%까지 손실을 보전하는 사업이다. 비용은 정부와 지자체가 30%씩, 농협과 농민이 20%씩을 부담한다. 농민들은 사업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나 경영상황이 열악한 산지 농협들의 부담이 가중돼 한계를 보이는 실정이다. 정부 분담률을 40%까지 확대해달라는 게 산지 농협 요구다.

농가소득 지원 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도 있다. 농민 연금보험료 지원 확대가 대표적이다. 현재 국민연금에 가입한 농민은 월 보험료의 최대 50%(한도 4만6350원)를 지원받는다. 그런데도 2022년 기준 농민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30.1%에 그친다. 전체 국민 가입률인 73.3%보다 현저히 낮다. 농가소득 자체가 낮고, 소득 발생 기간이 일정하지 않아서다. 농협은 농민의 노후보장을 위해 소득구간에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월 보험료의 최대 70%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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