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바구니 물가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관리자 2024. 3.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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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부들의 커뮤니티에 요즘 과일과 달걀은 사치라며 며칠째 콩나물만 먹는다는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한 김밥 가게 대표는 김과 오이·시금치 등 값이 오르지 않은 식재료가 없어 김밥 가격을 또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물론 사과 등 노지 과일은 지난해 유례없는 작황 부진으로 물량이 부족하고, 토마토와 오이·딸기 등 시설 과채류 역시 심각한 일조량 부족으로 생산이 들쑥날쑥하면서 시장가격이 높게 형성돼 장바구니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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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물 물가주범 몰이 언제까지
가중치와 가격등락 특성 고려해야

어느 주부들의 커뮤니티에 요즘 과일과 달걀은 사치라며 며칠째 콩나물만 먹는다는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한 김밥 가게 대표는 김과 오이·시금치 등 값이 오르지 않은 식재료가 없어 김밥 가격을 또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뒤질세라 언론매체들도 최근 과일 가격이 32년여 만에 가장 높게 뛰었다는 등 농산물을 2월 소비자물가 상승 주범으로 몰아세우기에 바쁘다. 물론 사과 등 노지 과일은 지난해 유례없는 작황 부진으로 물량이 부족하고, 토마토와 오이·딸기 등 시설 과채류 역시 심각한 일조량 부족으로 생산이 들쑥날쑥하면서 시장가격이 높게 형성돼 장바구니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문제는 물가가 주부들의 장바구니에만 들어 있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상품과 서비스로 나뉘고, 상품은 다시 농축수산물과 공업제품으로 세분된다. 여기서 소비자물가지수 핵심은 드러난 가격보다 숨겨진 지출 목적이나 품목 성질에 따른 가중치다. 2022년 기준으로 개편된 농축수산물의 가중치는 75.6으로 이는 한 가구 살림살이 지출로 따지면 7.5% 정도 차지한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반면 공업제품의 가중치는 농축수산물의 5배, 서비스는 7배가 넘는다. 주부들 속을 부글부글 끓인다는 장바구니 속 사과 가중치는 2.3, 달걀은 3.0이고, 김밥 속 오이 가중치는 0.6, 시금치는 0.3이다. 반면 장바구니와 함께 주부 손에 들린 공업제품 휴대전화기 가중치는 10.4, 서비스인 휴대전화료는 29.8이다. 시장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모금했다면 가중치는 8.8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계절과 생산량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하는 농축수산물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시각이다. 금사과, 금딸기라고 하지만 대체 가능한 기호품일 뿐이고, 김밥 재료인 오이와 시금치 값은 하루 사이에도 널뛰기를 몇번 한다. 반면 닭고기·나물·채소 가격이 폭락해도 한번 오른 치킨·비빔밥·김밥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미국은 근원물가지수를 산정할 때 식료품과 에너지 지수는 뺀다. 이미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식료품과 에너지 제외 지수를 근원인플레이션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제는 장바구니 물가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가린 물가당국과 언론매체의 밥상물가 타령을 정말 그만둘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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