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수입보장보험’ 개선 윤곽...농가소득 안정화에 도움 될까

하지혜 기자 2024. 3.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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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나올 개편·확대방안 관심
6년째 정체 대상품목 2개 추가
정책 수혜농가 기대에 못미칠듯
품목별 수확량 파악방식 손질
수입·소득 정보 보완은 과제로
이미지투데이

정부가 ‘한국형 소득·경영 안전망’ 구축의 일환으로 다음달 발표하기로 한 ‘농업수입(收入)보장보험 개편·확대 방안’에 이목이 쏠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4일 ‘2024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형 소득·경영 안전망 구축을 위해 농업직불제를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농작물재해보험과 더불어 수입보장보험을 양 축으로 삼아 보험제도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직불제·농작물재해보험 강화는 기존 정책의 연장선인 만큼 관심이 모이는 건 수입보장보험 개편·확대 방안이다.

수입보장보험은 자연재해 등에 따른 농산물 수확량 감소 또는 가격 하락으로 농가의 품목별 수입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보장하는 상품이다. 농작물재해보험이 수확량만 보장하는 반면 수입보장보험은 수확량과 가격을 모두 고려해 수입 감소분을 보장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보험료의 50%, 30∼50%(평균 약 35%)를 지원해 농가의 실질적인 보험료 부담은 0∼20% 수준이다.

2015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시행해온 수입보장보험은 대상품목별 주산지에서만 운영된다. 첫해 콩·양파·포도 등 3개 품목(14개 시·군)을 대상으로 시작한 후 2018년까지 마늘·고구마·가을감자·양배추가 추가돼 현재 7개 품목(35개 시·군)에 적용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6년째 정체돼 있던 대상품목을 올해 10개 내외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당초 보리와 식용 옥수수, 밀 등 3개 품목 추가를 검토했지만 밀은 빠질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다. 정부가 생산량 대부분을 수매하는 데다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럴 경우 2016~2018년 3년간 4개 품목이 추가된 것보다도 적은 2개 품목만 찔끔 늘어나는 셈이다.

보리, 식용 옥수수보다 농업 생산액 비중이 크고 수급·가격 문제를 자주 겪는 과수·채소 품목이 빠진 것도 아쉬운 점으로 지목된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대상품목이 10개 내외로 한정된 데다 과수·채소 등 주요 품목이 포함되지 않아 수혜농가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품목·면적 등 구분 없이 보험 가입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추진해 효과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입보장보험 신규 품목에 대해선 농작물재해보험 품목을 추가할 때처럼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하진 않았다”며 “보리와 식용 옥수수는 식량자급률 제고, 보험 상품화 가능성 등을 전반적으로 감안해 정한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수 등은 향후 도입을 검토하는 대상품목에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수입보장보험의 본사업 전환을 위해 수확량 파악 방식도 개선할 방침이다. 매년 품목별 수확량 전수조사에 많은 행정비용이 드는 지금 상황에서는 대상품목과 지역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개선 방안으로는 농가가 수확량을 신고하고 보험사가 사후 검증하는 시스템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농가가 수확량을 신고하는 방식은 올해와 내년 도상연습 기간을 거쳐 2026년부터 도입할 방침이다. 수확량 검증에 대해서는 2001∼2023년 농작물재해보험 운영을 통해 축적한 수확량 통계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농가가 신고한 수확량의 적정 여부를 검증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그간 수입보장보험 전면 도입을 위해선 농가별 투입·생산·수입·소득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번 개편·확대 방안이 수확량 파악 방식 개선에 그칠 경우 농가의 수입·소득 파악 등을 위한 제도적 보완은 또다시 해묵은 과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수입보장 단위를 품목이 아닌 농가 단위로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행 수입보장보험은 품목별 보험이다보니 여러 품목을 재배하는 농가들의 수입 안정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전업화가 이뤄지는 추세라곤 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4개 이상의 품목을 재배하는 농가의 비중은 81.7%로 여전히 높다. 농가 단위 보장 역시 농가의 수입·소득 정보 파악이 수반돼야 하는 문제다.

총선을 앞두고 소득·경영 안전망 구축을 둘러싼 관심은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잦은 자연재해로 경영 위험이 더 커진 상황에서 정부 대책의 실효성 문제가 계속 제기될 경우 야당이 제시한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 주장이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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