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 10년만에 창업… 100억 투자에 ‘복수의결권’받은 비결
“복수의결권 도입하니 주변에서 ‘투자자들이 싫어하지 않느냐’ ‘창업자가 얼마나 더 힘을 키우려고 그러느냐’ 같은 질문을 많이 받았죠. 하지만 해외 진출 같은 회사의 중장기 전략을 짜기 위해서 복수의결권 제도가 꼭 필요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면 투자자한테도 이득 아닙니까”.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박진수(43) 콜로세움 코퍼레이션 대표는 “작년 말부터 공동 창업자 2명과 함께 주주 12명을 일일이 만나 복수의결권제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했다”며 “이 과정에서 주주들과 교감하면서 회사를 더 잘 키워야겠다는 책임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콜로세움 코퍼레이션은 지난 2월 창업자가 가진 주식 1주에 의결권을 최대 10개 부여하는 복수의결권을 도입했다. 정부는 작년 11월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서 지분율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기업가의 경영권 방어를 돕기 위해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복수의결권 제도를 시행했고, 콜로세움 코퍼레이션이 1호 도입 기업이다.
◇복수의결권 도입 1호 기업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국내 MBA 과정을 밟은 박 대표는 KT, 대학내일 등에서 10년 넘게 ‘월급쟁이’로 일하다가 2019년 전 직장 동료 2명과 함께 종합 물류 서비스 기업인 콜로세움 코퍼레이션을 설립했다. 그는 “회사 다닐 때 20대 청년층의 소비 트렌드에 대한 컨설팅을 한 적이 있는데, 앞으로 유통 업계는 물류가 핵심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당시 대형 유통 업체도 물류 업계의 주먹구구식 운영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서 IT를 접목한 물류 시스템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와 미국에 총 41개 물류센터를 보유한 콜로세움 코퍼레이션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된 상품을 포장, 배송, 보관, 반품 같은 물류 전(全) 과정을 대행한다. 예를 들어 1인 쇼핑몰 운영자는 주문이 50건만 들어와도 종일 상품 포장하고, 택배 부치고, 반품 처리하느라 다른 일을 할 엄두를 못 내는데 이런 작업을 대신 해주는 것이다. 박 대표는 “창업 직후 코로나 때문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론 이커머스 시장이 폭발해 물류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는 계기가 됐다”머 “포장·배송 방식이 한층 다양하고 복잡해졌는데 이를 통합 관리하는 인공지능(AI) 물류 설루션(solution) 서비스도 개발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에 참가해 통합 AI 물류 설루션 ‘콜로(COLO) 글로벌’을 선보이기도 했다.
◇”경영권 안정돼 사업 확장 속도”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고, 투자 유치도 순조로웠다. 콜로세움 코퍼레이션은 지금까지 100억원 넘는 투자를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대만 등 아시아 국가까지 물류 서비스를 확장했다. 하지만 외부 투자금이 들어올 때마다 지분이 희석됐다.
박 대표는 “앞으로 회사가 더 성장하려면 경영권 안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복수의결권 제도를 알아보니 조건이 무척이나 까다롭더라”고 했다.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려면 창업 이후 누적 투자금 100억원 이상, 가장 나중에 받은 투자금은 50억원 이상, 마지막 투자로 창업주의 지분율이 30% 미만으로 하락하거나 최대 주주 지위 상실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그는 “운 좋게도 모든 조건을 충족했고, 이 제도를 통해 회사를 잘 운영해가면 주주나 협력사에도 이득이라고 판단해 주주들을 설득했다”고 했다.
콜로세움 코퍼레이션은 미국 이커머스 물류 대행을 위해 3월 중 첫 현지 법인을 세운다. 박 대표는 “복수의결권 도입으로 확실히 안정감이 생기고, 해외 진출과 신사업 확장 등 중장기 전략 수립에 속도가 붙었다”며 “해외 투자자들을 만날 때에도 제도적으로 경영권을 보호받고 있음을 어필할 수 있어 더 신뢰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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