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규제 완화 ‘대못’ 뽑는건 좋지만 너무 급한거 아닌가요
최근 정부와 여당은 30년 지난 아파트의 경우 안전 진단 평가를 통과하지 않아도 재건축 착수가 가능해 지고, ‘안전 진단’의 명칭도 ‘재건축 진단’으로 바꾸는 내용의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법은 지난 1월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며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입니다. 안전 진단 통과 기준도 대폭 낮추기로 해, 주민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재건축이 가능합니다.
‘안전 진단’은 오래된 아파트가 붕괴될 가능성은 없는지, 주거 환경은 어떤지를 따져 재건축 여부를 허가하는 것으로 1994년 도입됐습니다. 무분별한 재건축을 막고자 도입된 ‘안전 진단’은 이런 목적 대신 정부의 필요에 따라 냉·온탕을 오가는 운명을 겪게 됐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집값 폭등을 잡겠다며 ‘안전 진단’ 기준을 강화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자, 이를 완화했죠. 이후 문재인 정부 때는 다시 강화, 윤석열 정부에선 다시 완화했습니다.
재건축을 통한 아파트 공급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안전 진단 규제를 지금처럼 완전히 풀어버린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아파트 재건축은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입니다. 아파트는 재건축에 착수한다는 소식만으로도 가격이 크게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멀쩡한 아파트까지 부수고 새로 짓다 보면, 자원 낭비도 심각합니다. 외국에선 이런 경우가 없죠. 지금은 고금리 등으로 재건축이 주춤하지만, 재건축에 대한 높은 선호를 감안할 때, 지금처럼 안전 진단 기준을 낮추면 도심 곳곳이 공사장으로 변할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재건축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 이주 수요가 몰리면서 전·월세 시장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죠.
지금 정부도 이런 점을 모르진 않을 것입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이런 정책을 무리하게 시행하는 건 결국 ‘정치적 목적’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부동산 정책’이 아닌 ‘부동산 정치’는 결국 실패하고, 그 피해는 국민들이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을 국민들도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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