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아니었네… 외국인이 눈독 들인 이 지역 부동산
최근 디스플레이·이차전지 관련 기업 투자가 잇따르고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 연장이 추진 중인 충남 아산시. 지난해 아산에서 매매 거래된 아파트·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의 매수자는 1만4831명이었다. 이 가운데 국적이 중국·미국·베트남 등 외국인 매수자가 402명으로 2.7%를 차지했다. 이 지역은 외국이 이용할 만한 식당이나 학교 같은 것이 부족해, 외국인이 거주하기에는 적합한 곳이 아니다. 그럼에도 외국인 부동산 투자가 많은 것은 일자리를 찾아 오는 사람들에게 세를 놓고 임대 수익을 거두기 위한 것이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지역은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이 매물로 나오면 금방 팔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외국인이 국내에서 사들인 부동산이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 등의 여파로 내국인의 주택 수요는 주춤했지만, 외국인의 한국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본지가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투자 비중을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외국인 투자는 반도체·이차전지 등 대규모 기업 투자가 많은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이 서울뿐 아니라 충남 아산이나 천안, 경기 평택 등 지역 부동산까지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진격의 외국인 부동산 투자
10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부동산을 매수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한 사람 중 외국인은 총 1만5614명으로 전체 매수인의 0.9%를 차지했다. 매수 건수로는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2020년의 역대 최다(1만9371명)에는 못 미치지만, 매수 비율로는 201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다.
2010년만 해도 한국 부동산을 매수한 외국인은 4307명으로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0.2%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제주에서 외국인이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한국 국적을 주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중국인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 비중은 꾸준히 늘었다.
외국인들은 국내 부동산 중에서도 아파트, 오피스텔, 오피스와 같은 집합건물에 집중했다. 지난해 국내 집합건물을 매수한 외국인은 1만2027명으로 전체 매수인의 1.21%를 차지했다. 이 비율 역시 2022년에 처음으로 1%를 넘긴 데 이어 지난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광역시도 기준 외국인의 집합건물 투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인천(2.09%)이었고, 충남(1.74%), 경기(1.68%), 제주(1.54%), 충북(1.21%), 서울(1.16%) 등이 뒤를 이었다. 제주를 제외하면 모두 일자리가 풍부하고 젊은 층의 주거 수요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추세는 시군구 단위로 살펴보면 더욱 뚜렷이 확인된다.
예컨대 지방에서 가장 외국인 투자가 활발했던 충남에서는 아산(2.7%)과 천안 동남구(2.1%)의 외국인 투자 비율이 가장 높다. 아산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 디스플레이 생산시설이 가동되고 있으며, 천안 동남구에도 LG생활건강 공장을 비롯해 대규모 산업단지가 여럿 있다. ‘반도체 메카’로 불리는 경기 평택 역시 지난해 집합건물 매수자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2.1%로 전국 평균의 두 배에 가깝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중국 등 일부 국가에는 한국 부동산 투자를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컨설팅 업체들이 성행하고 있어 내국인 못지않은 정보력을 갖춘 외국인 투자자도 많다”고 말했다.
◇'외국인 집주인’도 역대 최다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를 국적별로 살펴보면 중국이 1만157명, 65.1%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미국(15.2%), 캐나다(3.6%), 베트남(2.5%), 우즈베키스탄(2%), 러시아(1.8%), 대만(1.2%) 등의 순이었다.
외국인이 국내에 자가 거주지를 두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에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은 대부분 임대 목적이다. 지난해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 계약 가운데 임대인이 외국인인 계약은 1만7786건으로 2010년 이래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 서울(4612건)과 경기(3814건)에 집중됐고, 인천(499건), 충남(301건), 부산(296건), 제주(155건) 등이 뒤를 이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중국·동남아 등지의 부자들에겐 한국, 특히 수도권의 부동산은 안전 자산으로 통한다”며 “2022년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의 가격 조정을 투자 기회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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