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서 중환자실, 다시 응급실 실려와… ‘뺑뺑이’ 도는 중환자

오주비 기자 2024. 3. 11.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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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처치 후 후속 치료 안돼
전공의 이탈 등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는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말 부산의 한 대형 병원 응급실에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의식을 잃은 50대 남성 A씨가 실려왔다. 병원은 바로 응급처치를 했지만 환자는 의식 불명에 빠졌다. 병원 집중 치료실로 옮겨야 했으나 전공의 이탈로 ‘손발’이 없었다. 이 환자는 지난 2일 부산의 한 요양병원으로 가야 했다. 병원 관계자는 “중환자를 옮길 병실을 구하려면 하루 종일 전화를 돌려야 하는데, 이날은 다행히 네 번 만에 찾았다”고 했다.

인천의 한 대형 병원 응급실 간호사 박모(31)씨는 “급한 환자들을 최대한 빨리 치료하고 중환자실로 보내는데, 거기서도 치료가 제대로 안 돼 상태가 악화된 환자가 응급실로 다시 내려오는 사례가 반복 중”이라면서 “응급실·중환자실 사이 ‘뺑뺑이’로 환자 옮기는 게 너무 힘들다”고 했다.

전공의들의 이탈로 응급실을 찾아온 중환자들이 응급 처치만 받고 수술 등 후속 치료를 받지 못해 응급실과 중환자실, 이 병원과 저 병원을 뺑뺑이 도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 금천구에 사는 김모(37)씨는 지난 1일부터 심한 오한과 발열 등을 겪다가 4일 서울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 갔다. 응급실에서 급성 신우신염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지만 입원은 불가능하다는 얘길 들었다. 김씨는 집으로 돌아왔는데, 다음 날 상태가 심각해졌다. 결국 지인이 여러 군데 전화를 돌린 끝에 겨우 입원 가능한 병원을 찾아 입원했다. 50대 B씨는 “아내가 췌장과 담관 스탠스를 교체하는 수술을 3개월마다 받아야 하는데, 수술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구토, 복통이 심해져 응급실에 왔지만 진단 외에 후속 치료를 못 받고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종합병원 등을 대상으로 12일까지 ‘회송 전담 병원’ 신청 의향을 확인하는 조사를 한다. 회송 전담 병원은 상급 종합병원에서 전원받은 경증 환자 등을 돌봐주는 병원으로, 정부는 100곳을 지정할 계획이다. 상급 종합병원은 중증 환자를, 그 이외 환자는 일반 병원에서 치료받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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