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신·보톡스·드레싱, 의사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은 풀어야
정부가 현행법상 의료인만 할 수 있는 문신 시술을 비의료인도 자격증을 따면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지난 8일부터는 정부 지침으로 일부 간호사들도 응급 환자에 대해 심폐소생술과 응급 약물 투여 등을 할 수 있게 했다. ‘의료 파행’을 계기로 의사들이 독점해온 권한을 분산시키려는 시도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이뤄진 문신 650만건(추정) 대부분은 문신 시술사(타투이스트) 25만여 명이 시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신 시술을 하는 의사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현행법상 문신은 의료 행위여서 시술사들은 불안하게 음지에서 일하고 있다. 의사 단체들이 “문신은 의료인만 할 수 있다”며 법 개정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문신을 의료로 보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고 한다. 최근 하급심에서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대법원 판례를 따르지 않고 시술사들에게 잇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법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것이다.
이런 분야가 한둘이 아니다. 보톡스나 필러 같은 미용 시술도 우리나라는 의사가 독점하지만 영국이나 미국의 일부 주들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간호사들에게도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자격을 갖춘 물리치료사도 의사가 고용하지 않으면 개업할 수 없다. 수술 보조를 하는 PA 간호사의 경우 미국에선 15만명이 활동하고 있지만 국내 PA 간호사는 의사들 반대로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병원에서 간호사가 관행적으로 하는 채혈, 삽관, 콧줄 제거, 소변줄 제거, 드레싱(소독), 수술 동의서 작성 등도 의사 영역이다. 이 때문에 고령화로 왕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활성화가 되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매년 1000만건 정도 방문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안전장치를 마련한 후 간호사들에게 허용해도 재택 환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의사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들, 더구나 의사들이 다 할 수도 없는 일인데도 의사들의 의료 독점에 묶여있는 분야들을 폭넓게 개방해야 한다. 모든 의료 행위를 의사에게 몰아주는 구조이다 보니 국민들은 충분한 서비스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이 의사들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결국 필수·지역 의료를 살리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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