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야구에도 등장한 ‘첨단 기술 심판’
야구에서 스트라이크 존은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 국내 프로야구에선 타격 자세를 취한 타자의 어깨선, 허리선, 무릎선 등을 기준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해왔다. 이를 심판 눈으로 판단하다 보니 심판 개인의 기준과 성향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이 달라지기도 했다. KBO에 따르면 지난해 볼·스트라이크 판정 정확성은 91.3%로 집계됐다.
▶2024 시즌 국내 프로야구에 ‘첨단 기술 심판’이 등장한다. 구장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로 투수가 던진 공의 위치, 속도, 각도 등을 측정해 볼·스트라이크를 판정하고 이를 심판에게 전달하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이다. KBO는 ABS가 판단하는 스트라이크 존 상하 기준을 각각 타자 키의 56.35%, 27.64%로 설정한다고 밝혔다. ABS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면 심판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삐 소리가 난다. 볼이면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일본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골라인을 넘어가기 직전 가까스로 살려내 패스한 공이 결승골이 된 것도 첨단 기술 덕이었다. 비디오 판독을 거쳐 공이 나가지 않았다는 판단이 나왔다. 경기장 지붕에 설치된 12대 카메라가 발끝, 무릎, 어깨 등 선수들 신체 29지점의 움직임을 초당 50회씩 수집했고, 공인구 내부 센서가 0.002초마다 공 위치를 잡아 1mm 차이까지 정확하게 집어냈다. 전통을 강조하는 테니스도 2017년부터 선심 무인화를 테스트했다. 기계 판독 시스템 ‘호크아이’가 사람 심판 역할을 대신하는 시도였다.
▶로봇 심판이 호응을 얻는 가장 큰 이유는 일관성과 공정성이다. 반면 항의와 몸싸움 같은 재미 요소가 줄어든다며 아쉬워하는 반응도 있다. 카메라 프레임 속도의 한계 등으로 인해 기계가 100% 완벽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2022년에는 호크아이 오작동으로 잉글랜드 축구 2부 리그 경기에서 득점이 인정되지 않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선수들과 골키퍼, 골대 위치 등이 카메라 시선에 영향을 줘서 판독 시스템이 공의 궤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ABS 도입을 많은 프로야구 심판들이 환영한다는 점이다. 판정에 대한 선수와 감독의 항의, 팬들의 비난이 거세지면서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로봇 심판은 인간 심판의 도우미가 될까, 인간 심판보다 더욱 권위를 인정받게 될까.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은 머지않아 사라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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