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온천 찬가
필자는 온천을 좋아한다.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몸만 따뜻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평온해진다. 그 순간 삶의 근심 걱정도 잠시 잊고, 망중한(忙中閑)을 즐긴다. 기력도 회복되고, 마음도 치유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예부터 ‘탕치(湯治)’라는 말이 있다. 탕치는 사람의 몸에 유익한 여러 광물질 성분이 함유된 온천에서 목욕을 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것을 말한다.
탕치의 유래는 일본에서 먼저 찾아볼 수 있는데, 일본은 약 1300년 전부터 온천을 의료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특히, 일본 센고쿠시대(전국시대 1467~1573년)의 유명한 장수인 다케다 신겐이 전쟁 중 부상당한 병사들을 온천에서 치유시켰다는 이야기는 꽤 유명하다. 하지만, 탕치가 일반 민중에게까지 널리 이루어진 것은 에도시대(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세운 에도막부 통치기간1603년~1868년) 이후부터이다.
탕치로 피부염 관절염, 심지어 암까지도 치유한다고 하는데, 아키타현에 있는 타마가와 온천은 레몬의 배 이상 산성도를 가진 온천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암 치유 온천이다.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추천한다면, 오이타현에 있는 나가유 온천마을이다. 무려 4445개 온천수가 있는 풍부한 자원을 가진 마을로, 곳곳에 100엔(한화 약 900원) 또는 200엔(한화 약 1800원)짜리 온천이 즐비해 이용접근성이 매우 높다. 양질의 온천을 아주 저렴하게 자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나가유 탄산온천은 단연 으뜸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의 왕들이 탕치를 하려고 여러 행궁으로 행차했던 사실을 익히 들어봤다. ‘초정행궁’은 세종대왕이 안질을 치료했던 초정약수로 유명한데,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초수(椒水)는 고을 동쪽 39리에 있는데 그 맛이 후추 같으면서 차고, 그 물에 목욕하면 병이 낫는다. 세종과 세조가 일찍이 이곳에 행차한 일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다. 여기서 ‘그 맛이 후추 같으면서 차다’는 것은 탄산온천을 말하는데, 필자도 궁금하여 직접 찾아갔다. 온몸이 따끔따끔할 정도로 톡 쏘는, 아주 차디차고 광물질 풍부한 탄산온천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 정도였으니까.
온천 이야기에서 동래온천을 빼놓을 수는 없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에 있는 온천으로, 지하철 역명이 ‘온천장’이 될 정도이니 그 명성은 충분히 가늠이 된다.
동래온천은 1883년 개항 이후 일본인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신라시대에 이른다. ‘백학 설화’에 따르면, 그 유래는 이렇다. 신라시대 동래에 절름발이 노파가 한 명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집 근처 논에 학이 한 마리 날아왔다. 그 학도 노파와 같이 다리를 절룩거렸기에, 노파는 같은 처지의 학을 안쓰럽게 여겨 함께 지냈다. 사흘째 되던 날, 학은 다리가 완쾌되어 근처를 몇 바퀴 돌다가 힘차게 날아 떠나버렸는데, 노파가 이상하게 여겨 학이 있던 자리에 가보니 뜨거운 물이 솟아나고 있었고, 그 물에 다리를 담가 족욕을 한 노파는 며칠 뒤 다리가 완쾌되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 사람들은 이곳을 온천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이처럼 온천 문화가 발달한 일본과 한국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일본의 온천이 한국에 비해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곳이 많다는 점이다.
온천을 둘러싼 아름다운 풍광과 풀잎 냄새, 바람 소리, 청록색의 숲들! 이런 까닭에, 단순히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흡사 자연과 더불어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이른 듯 무람하게 어여쁜(?) 착각도 하게 만든다.
또 하나, 한국과 일본 모두 ‘온천법’이라는 법률을 통해 온천의 개발·이용·관리를 하고 있기는 하나 일본은 온천권을 법률상 토지와 별개로 물권(物權)으로 인정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물권으로 인정하지 않고 토지소유권의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듯 같고, 같은 듯 다른 점이 재미있다.
주말에 꽃샘추위가 다시 찾아왔다. 가까운 온천을 찾아 몸과 마음의 힐링과 재충전을 궁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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