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심해열수생태계, 생명진화 비밀 품은 자원 보고

김동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2024. 3. 1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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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심해열수지역은 바다 속 화산 활동으로 용출된 수천도의 마그마가 바닷물과 만나 식으면서 새로운 지각이 형성된 곳이다. 높은 수압, 큰 온도차, 유독성물질(유황 등)에 적응한 다양한 해양생물이 특이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심해에는 거의 생물이 살고 있지 않을 것이라 여겨졌던 1970년대 말 미국 연구진에 의해 최초로 발견된 이후, 특이 대사물질과 생리작용을 하는 생명체가 살고 있는 생명진화 연구의 최적지이자 암과 알츠하이머 등을 극복할 유용 해양생물자원의 보고로 인식되고 있다.

발견 후 현재까지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전통적 해양강국을 비롯하여 중국 인도 등 신흥국까지 가세해 새로운 심해열수지역을 찾고, 새로운 생물자원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인 탐사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탐사를 통해 인류의 탄생과 진화에 대한 기초연구와 더불어 현재까지 1000종 이상의 새로운 생리활성 물질을 발굴하고 수십 종의 항암, 항진균 신물질 특허를 글로벌 제약회사에 이전함으로써 새로운 국부를 창출하고 있다. 중국은 탐사 후발국가임에도 유·무인잠수정 등 첨단장비와 막대한 연구개발 예산 투입을 통해 6000종 이상의 미생물자원을 확보하고 항암제, 심혈관계 치료제 개발 등 가장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종합적인 심해열수분출지역 탐사가 가능한 이사부호(5900t급) 확보 이후인 2017년에야 비로소 해양수산부의 R&D사업으로 ‘인도양 심해열수공 생명시스템 이해(2017~2023년)’ 연구가 추진됐다. KIOST(한국해양과학기술원)는 이 사업을 통해 인도양에서 세 곳의 새로운 심해열수생태계를 발견하고 그 이름을 온누리(Onnuri), 온바다(Onbada), 온나래(Onnare)로 명명한바 있다. 이는 독자적인 심해탐사 역량으로 공해상에서 심해열수생태계를 발견한 세계 4번째 국가가 되는 쾌거였다. 이 연구를 통해 신종 20종을 비롯해 수백 종의 해양생물자원을 목록화하고 천연물신약 또는 유용 신물질을 수십 점 이상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연구는 2단계(2025~2029년) 사업 추진을 위해 준비 중이다.

심해열수생태계 탐사는 해양바이오 소재 확보는 물론, 광활한 대양으로까지 해양과학영토를 확장한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이 때문에 제5차 과학기술기본계획(2023~2027년)이나 제2차 해양수산과학기술 육성 기본계획(2023~2027년) 등 국가 주요 과학기술 추진계획에도 중점과제로 제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타결된 공해 및 심해저 등 국가관할권 이원지역의 해양생물다양성(BBNJ) 정부 간 회의(2023년 5월)에서도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해양보호구역 설치, 해양유전자원 정보 및 이익 공유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심해열수생태계 서식생물들을 포함, 심해저 관리를 위한 해양환경영향평가 도입 등 실행력 있는 국제규범 마련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요 해양강국 승자독식 중심의 유용생물자원 확보 경쟁에서 심해열수분출공과 주변해역의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이용·개발기술 선점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KIOST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은 국제사회의 변화를 예상하고 2단계 사업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위협요인에 대한 영향 정도와 범위를 판단할 수 있는 심해환경영향 평가체계 개발을 포함했다. 더불어 해외기술에 의존하던 무인잠수정(ROV) 운영기술 확보 및 AI 기술 융합을 통한 비파괴 탐사기술개발 등을 포함하고 연구기관과 대학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체의 참여를 유도하여 국내기업의 기술역량 확보 및 관련 시장진입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처럼 심해에 대한 탐사와 연구는 우주개발에 비유될 만큼 한 나라의 국력을 상징하는 종합적인 과학기술분야이며, 그 파급효과 역시 매우 크다. 따라서 이러한 대내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심해열수생태계 탐사와 연구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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