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54> 조희룡의 꿈에 한 도사가 벽에 써놓고 갔다는 매화 시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2024. 3. 11. 03: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구름은 바다를 알지 못하네만(雲意不知滄海·운의부지창해)/ 봄빛에 푸른 기운이 오르려 하네.

조희룡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로 조선 시대에 매화를 가장 잘 그렸다는 중인 신분 문인이자 화가였다.

도사가 인간 세상에 떨어졌는데, 얼마나 매화를 사랑하는지 천 겁이 지난 지금도 돌아가지 못한다.

조희룡의 '매화서옥도'속 서옥(書屋)은 아니지만 매화나무 옆에 자그마한 움막을 직접 하나 만들 생각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매화를 사랑해 돌아가지 못한다네

- 猶愛梅花未歸·유애매화미귀

구름은 바다를 알지 못하네만(雲意不知滄海·운의부지창해)/ 봄빛에 푸른 기운이 오르려 하네.(春光欲上翠微·춘광욕상취미)/ 인간 세상에 한 번 떨어져 천 겁을 지났건만(人間一墜千劫·인간일추천겁/ 지금도 매화를 사랑해 돌아가지 못한다네.(猶愛梅花未歸·유애매화미귀)

위 시는 19세기 활동한 우봉(又峰) 조희룡(趙熙龍·1789~1886)의 꿈에 한 도사(신선)가 나타나 벽에 써놓고 갔다는 작품으로 제목은 따로 없다. 조희룡의 그림이론서인 ‘한와헌재화잡존’에 실려 있다.

조희룡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로 조선 시대에 매화를 가장 잘 그렸다는 중인 신분 문인이자 화가였다. 그는 스승 김정희가 제주도로 유배 가자 함께 얽혀 전라도 신안 임자도에서 유배를 살았던 지식인이다.

조희룡은 매화를 사랑하여, 거처를 매화백영루(梅花百詠樓)라 불렀다. 매화와 관련된 그림도 많이 남겼는데,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가 가장 유명하다. 매화가 핀 봄날 밤, 산속 외딴 집에 선비가 불을 밝히고 서옥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산과 매화의 독특한 묘사 등으로 그림을 보는 사람이 빠져들게 한다는 평을 받는다.

둘째 구의 ‘翠微(취미)’는 산등성이 또는 푸른 기운으로 풀 수 있는데, 필자는 ‘푸른 기운’으로 해석했다. 셋째 구와 넷째 구가 재미있다. 도사가 인간 세상에 떨어졌는데, 얼마나 매화를 사랑하는지 천 겁이 지난 지금도 돌아가지 못한다. 사실인지는 의심스럽지만 도사의 매화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짐작할 수 있다.

어제 목압서사 뒤쪽에 있는 필자의 차산에 낫 한 자루 들고 올라가 가시와 녹차나무를 덮은 묵은 고사리를 베는 작업을 했다. 가파른 산이어서 오르락내리락하며 일을 하여서 땀이 많이 났지만 마음은 행복하였다. 차산에 오래된 매화나무 20여 그루가 꽃을 활짝 피웠기 때문이었다.

청매와 백매, 홍매 등 다양하다. 화개장터 건너편인 광양의 매화마을에서 열리는 매화축제는 어제 끝났지만, 상대적으로 지대가 높은 차산은 이제 매화가 만개하고 있는 것이다. 조희룡의 ‘매화서옥도’속 서옥(書屋)은 아니지만 매화나무 옆에 자그마한 움막을 직접 하나 만들 생각이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