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속도”… 손상된 산호초, 4년 만에 완전히 회복됐다
해수 온도 상승-폭파 낚시로 손상
강철 구조물 설치하고 산호 이식… 빠르게 증식해 탄산염 수치 회복
“점점 높아지는 해수 온도가 변수”
기후위기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과학자들은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해 산호초 복원 전략을 고심 중이다. 아이너스 랭 영국 엑서터대 지리학과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은 손상된 산호초 복구 프로젝트를 통해 4년 만에 건강한 산호초를 형성시킨 연구 결과를 9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현대 생물학’에 공개했다. 손상된 산호초 군락은 생각보다 빠르게 복원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증을 통해 최초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구조물 이용해 4년 만에 산호 재건
산호초 재건 작업은 복구가 필요한 환경에 모래로 코팅한 강철 구조물을 지속적으로 설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산호가 자랄 수 있는 강철 구조물은 산호초 복구의 기본 바탕이 된다. 구조물에 건강한 나뭇가지형 산호를 이식한 뒤 4년간 관찰했다. 나뭇가지형 산호를 이식한 이유는 다른 산호종보다 탈색에 민감해 복원 정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년 뒤 관찰 결과 이식된 산호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정상적인 산호초 생태계가 조성됐다.
연구팀은 복원 속도와 실제 복원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12개의 복원 지역에서 탄산염 수치를 측정했다. 산호의 골격과 껍데기는 탄산칼슘으로 이뤄져 있다. 탄산칼슘은 칼슘의 탄산염으로 복원 지역에 탄산염이 얼마나 비축돼 있는지 계산하면 산호초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증식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측정 결과 구조물을 설치한 지 불과 4년 만에 탄산염 수치가 3배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는 건강한 산호초 지역에서 확인되는 수치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탄산염 비축량은 구조물로 이식된 산호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근거”라고 밝혔다.
랭 연구원은 “우리가 본 회복 속도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며 “모든 산호초 환경에 맞는 획일화된 해결책은 없지만 이번 사례가 전 세계 다른 산호초 재건 프로젝트에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해수면 온도 상승 등 변수 파악해야
기후변화는 이번 프로그램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해 해수 온도가 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산호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2023년 7월 27일 미국 플로리다 해수 온도는 37.8도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가장 높은 해수 온도였던 2020년 쿠웨이트만 온도(37.6도)를 넘어선 수치로 욕조의 온수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욕조 온수’ 수준의 해수 온도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산호초 백화 현상 등 탈색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 세계 해수면 온도가 매년 기록적인 폭염과 함께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어 앞으로 수온 상승은 산호초의 회복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호초 재건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칠 요인들을 파악해 나가야 한다”며 “탄소 배출을 줄이는 등의 노력으로 지구 온난화와 해수 온도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 망가진 산호초 생태계를 복원하고 성장시키는 작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李 “민주화에서 독재화 전환 분수령”…韓 “감옥 안가려 종북 세력 손잡아”
- [천광암 칼럼]‘이재명 사천’ 논란과 ‘탐욕 알고리즘(Greedy Algorithm)’
- 총선 앞 개발 정책에 ‘떴다방’ 기승… 사기·투기 철저히 막아야[사설]
- 이종섭 ‘대사 임명-약식 조사-출금 해제-전격 출국’ 미스터리[사설]
- 국민연금 기금 고갈 7, 8년 늦추는 걸 개혁안이라고 내미나[사설]
- 전세사기 피해 1년, 끝나지 않는 고통
- 아무런 전조 증상 없이 갑작스럽게 빙빙~ 도는 것 같아
- 의대 교수들 “14일 마지노선” 집단 사직 확산 우려
- 뼈만 남았던 가자 10살 소년, 끝내 사망…온몸으로 전쟁 참상 알려
- 與 위성정당에 530명 신청…민주 비례 1번, 반미단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