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남극 날씨와 극지연구 : 인내와 기다림의 시험
남극장보고과학기지는 지난 2월12일 준공 10주년을 맞았다. 10주년을 맞아 언론 인터뷰와 기념 행사로 기지도 분주한 한 달을 보냈다. 동시에 10주년은 기지가 건설된 지 10년이 됐다는 뜻이다. 노후 시설을 손볼 곳이 필요하고 초기보다 늘어난 방문 수요 대응과 안전한 기지 운영에 따른 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건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사실 기지 현장에서는 10주년보다도 사업 진행을 위한 건설자재 해상하역이 2월에 가장 큰 현안이었다. 무려 1만4천784t 화물선에 가득 찬 건설자재를 20일 넘게 내리는, 기지 건설 이래 가장 큰 하역이었다.
하역업무에서의 핵심은 안전과 날씨 변화였다. 안전을 위해 기지에서는 한 달 전부터 하역 방법과 장소를 결정하고 공정에 따른 위험성을 평가해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사전 안전교육을 하는 등 안전에 온 힘을 쏟았다. 그 결과 22일간 이어진 하역 동안 단 한 건의 부상이나 사고 없이 무재해로 하역을 마칠 수 있었다.
또 다른 관건은 날씨였다. 지난 시즌 기지 앞 해빙(海氷)이 모두 깨져 나가면서 올해 해상에서 하역하는 것으로 전환하면서 우리 차대 임무가 된 상황이었다. 올해는 해빙이 모두 깨져 나간 2월 바다 위에 정박한 화물선에서 크레인으로 바지선에 자재를 내리고 바지선이 도착하면 다시 크레인으로 화물을 들어올리는 작업을 수행하다 보니 당일 날씨가 상황이 작업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2월, 특히 중순이 넘어가며 바다가 얼기 시작하면서 바지선을 밀어주는 보트 운항이 점점 어려워졌고 남극 대륙에서 공기가 내려오는 시기가 되면서 초속 25m가 넘는 바람이 불기도 했다. 날씨가 좋지 않고 바람이 세게 불면 작업이 중단됐고, 조건이 맞아 화물을 선적하고 기지 앞 부두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바람이 강해져 결국 작업을 중단하는 상황도 있었다.
기지에서도 주변 지역에 설치한 관측장비를 활용해 매일 기상예보를 하지만 대자연의 변화를 완벽하게 예측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속은 타들어 가지만 그저 날씨가 바뀌기만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어느덧 우리 차대가 남극 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당장은 월동대가 한국에서 받아온 임무에 매진하고 있지만 이제는 남극에서 무엇을 얻어가고 배워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다. 그 첫째로 한 달간의 하역작업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인내와 기다림이다. 조급함과 서두름은 적어도 남극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인내와 기다림 속에서 안전하게 하역을 마칠 수 있었고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많은 화물을 내리는 것도 가능했다.
기후위기로 남극 환경도 급변하고 있어 변화를 관측하고 예측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지만 극지 연구를 통해 해답은 한 번에 나와 주길 바라는 조급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겪은 남극에서 해결과 목표 달성을 위한 방안은 노력과 오랜 준비 속에서 인내와 기다림이다. 남극에서 본 극지 연구는 긴 호흡으로 차분하게 오랜 기다림 속에 지속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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