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여기가 ‘명품’ 아파트
지난달 22일 수원시 영통구의 한 아파트에 안내문이 게시됐다. 암에 걸린 경비원을 돕기 위해 성금을 모금하자는 내용이었다.
안내문에는 “2016년부터 오랜 시간 우리 아파트를 위해 애써주신 A 보안대원님이 2월22일 혈액암 진단으로 항암치료를 위해 2월까지만 근무하게 됐다”며 “대원님의 쾌유를 기원하며 힘든 시기에 도움의 손길로 희망을 드리고자 십시일반 마음을 모으려 한다”고 쓰였다.
모금은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됐다. 생활문화지원실(관리사무소)과 경비원 사무실로 가구당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의 성금이 몰려들었다. 100만원을 선뜻 낸 가구도 두 곳 있었다. 아파트 주민들이 모은 금액은 총 1천만원으로, 전액 A씨에게 전달됐다.
이에 A씨는 아파트 게시 공간에 감사의 마음을 자필로 써서 전했다. “많은 분들이 격려와 성원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치료 잘 받고 완쾌해서 건강한 모습으로 안부 인사를 드릴 것”이라고 했다. “입주민 모든 분과 각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하겠다”고도 했다. A씨는 곧 입원해 항암치료를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은 해당 아파트를 방문했던 배달 기사가 지난 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배달하다가 본 수원의 명품 아파트’라는 제목으로 게시 공간에 적힌 글을 공유하면서 알려졌다. 이 게시물에는 “900세대도 아닌 90여 세대에서 1천만원이 모이다니”,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A씨가 꼭 완쾌해서 약속대로 안부 인사를 하러 오길 바란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경비원 폭행·갑질 기사만 보다가 이런 소식 보니 훈훈하다”는 댓글이 마음에 와 닿는다. 실제 입주민의 폭언·폭행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들이 있다. 이 때문에 일명 ‘갑질방지법’이 2022년 2월부터 시행됐지만 갑질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아직도 에어컨 없는 관리사무소가 있다.
그래서 암에 걸린 경비원을 돕기위해 나선 수원영통하우스토리의 주민들 선행이 더 감동이다. 아파트는 98가구로 작지만, 진정한 명품아파트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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