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최빈국·중진국·선진국 삶 모두 경험한 세대

경기일보 2024. 3. 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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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현재 60대 이상의 어른들은 지옥과 같은 최빈국의 삶은 물론 어느 정도 경제발전을 이룩했던 중진국의 삶도, 오늘날과 같은 선진국의 삶을 모두 경험해 본 세대로 인류 역사상 이런 경험을 한 세대는 지구상에서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특히 이들은 식민지 시대와 6·25전쟁을 겪은 세대들로 먹을 것과 입을 것에 굶주림은 물론 형편없는 주거생활에 생활편의 시설과 이렇다 할 문화시설도 찾아볼 수 없는 거의 지옥이나 다름없는 빈곤 생활을 겪은 세대다. 1960년대 초만 해도 1인당 국민소득이 겨우 60달러 정도의 최빈국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온 국민의 노력 끝에 중진국을 거쳐 현재는 3만6천달러로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에 진입했으니 놀라운 일이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현 시대는 과거 선진국들이 200년 내지 300년에 걸쳐 이룩한 그런 시대를 불과 50, 60년 만에 달성한 것이므로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먹고 입고 보고 즐길 것이 넘쳐나고 해외여행까지도 자유로이 할 수 있는 등 생활이 말할 수 없이 편해졌을 뿐 아니라 풍요로워졌다. 가정마다 TV를 비롯해 세탁기, 자동차, 에어컨, 컴퓨터를 비치하고 있으며 식구 모두가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고 전기와 가스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등 이들 세대가 과거 먹지도 보지도 누리지도 상상하지도 못한 것들을 다 누리면서 문화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가 생산한 상품들이 세계를 누비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세계 수출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품목이 TV, 반도체, 선박 등을 비롯해 69개나 되며 인공위성도 쏘아 올리니 말이다. 1960년 불과 3천300만달러 수출에서 지난해 6천200억달러를 수출했으니 지금은 60, 70년 아니 그 이전에 비하면 천지개벽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지상천국의 생활을 이룩한 것은 이들 60대 이상의 어른들이 가난에서 탈출하고자 온갖 노력과 고초를 겪음으로써 성취한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하 수십m 땅속에서 석탄을 캐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에 일자리가 없어 이역만리 독일로 갔거나 시신 다루는 간호사직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열사의 나라 중동에서 청춘을 바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일자리만 제공되면 궂은 일, 힘든 일이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고 근로 시간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일하곤 했다. 그야말로 온 국민이 땀과 피를 흘려가며 온갖 노력을 다해 일한 결과 오늘날과 같은 지상천국을 건설했다.

그러므로 지금 60대 이상의 세대들은 지옥과 천국을 모두 경험해 본 유일 세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상에 이같이 짧은 기간에 특히 자기의 일생 가운데에서 지옥과 천국의 삶을 동시에 경험한 세대가 우리나라의 60대 이상 말고는 찾기 힘들 것이다. 이들 세대 모두가 죽기 살기로 열심히 일했지만 그들 자신도 이런 풍요한 삶을 누릴 것이라고 상상하거나 꿈을 꾸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른바 MZ세대들은 지옥과 같은 빈곤을 경험해 보지 않은 채 선대들이 이뤄 놓은 지상천국에 태어나 풍요를 누리고 있다. 그럼에도 출산율 세계 꼴찌,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으니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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