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어려운 산, 93명에 쪼개 팔아… “총선 호재 앞세운 사기 주의”
상위 10곳 땅거래 63%가 지분매매… 평당 100만원 땅, 300만원에 팔기도
“지분 나뉜 토지 개발 쉽지 않아… 현장 가보고 맹지 거래 피해야”
● 총선 공약 업고 기획부동산 꿈틀
이처럼 총선을 앞두고 정부 발표나 여야 후보들의 공약으로 각종 개발계획이 나오면서 인근 지역에서 기획부동산 사기 의심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10일 본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아파트실거래가(아실)를 분석한 결과 올해 1∼3월(9일 기준) 토지거래량이 많은 상위 10개 읍면동의 거래 1991건(1365개 필지) 중 지분 거래가 전체의 63.5%(1265건)를 차지했다. 지분 거래는 1개 필지를 통으로 팔지 않고 쪼개 파는 것을 말한다. 이런 지분 거래가 많은 땅일수록 기획부동산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거래량 상위 10개 읍면동은 경기 화성시의 장안면(294건)·우정읍(291건)·송산면(201건)·팔탄면(191건) 등 7개 읍면, 경기 평택시 안중읍(220건), 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162건) 등이다.
자영업자 이모 씨(60)는 최근 알게 된 지인에게 평택시 토지 투자를 권유받았다. 지인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평택까지 연장된다는 뉴스 봤냐”며 약 1800㎡(540여 평)짜리 임야를 추천했다. 지분 약 49.5㎡를(15평) 5000만 원(3.3㎡당 약 330만 원)에 사놓으면 이익이 날 거라고 했다.
“총선을 앞두고 개발 호재가 더 나오면 가격이 오를 테니 바로 되팔면 된다”는 말에 마음이 움직인 이 씨는 함께 평택 현장까지 찾았다. 하지만 이 씨가 현장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알아보니 땅의 시세는 이 씨가 제안받은 가격의 3분의 1 수준인 평당 100만 원에도 못 미쳤다. 이 씨는 “토지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투자를 권유받은 땅은 현재 소유자가 45명, 바로 앞 땅은 70명이었다”면서 “공인중개업소에 확인하지 않았으면 5000만 원을 날릴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씨 같은 사례는 총선을 앞두고 점점 늘고 있다. 평택시의 한 임야 역시 60여 명이 소유주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올해 초 KAIST 캠퍼스 설립 등 호재가 있는 건 맞지만 모든 땅이 개발되는 건 아니다”라며 “섣불리 투자했던 사람들에게 지분을 다시 팔아 달라는 연락을 받는데, 누가 그 지분을 사겠냐”고 했다.
● 맹지·임야 등 투자 유의해야
경기도 기획부동산팀 관계자는 “최근 하루에 10건씩 피해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며 “2∼3년 뒤쯤 개발이 될 수 있다며 투자를 권유하는 식인데, 주로 사회간접자본(SOC) 계획이 발표된 지역 인근에 ‘작업’이 들어간다”고 했다.
기획부동산 의심 거래는 대부분 법인이 해당 토지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통으로 사들인 뒤 개인에게 비싸게 지분을 파는 식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법인들은 일반인을 고용해 교육한 뒤 다단계 방식으로 지인에게 투자를 권유하도록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액 토지투자 가능’, ‘소액 지분투자’ 등 홍보 글을 올리기도 한다. 피해가 커져 법인 이름이 알려지면 법인명을 바꿔 새로운 현장에서 다시 영업한다.
전문가들은 지분으로 쪼개져 매매된 토지는 애초에 개발이 쉽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창동 지지옥션 데이터전략팀장은 “지분이 쪼개진 토지를 개발하려면 시행사가 통으로 사거나 주인들끼리 합의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도로가 없는 맹지, 자연 보전을 위해 개발을 제한하는 공익용 산지 등도 투자 때 유의해야 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직접 현장에 가보면 경사가 높거나, 절대 도로가 놓일 수 없는 곳 등이 대부분”이라며 “토지대장에서 용도지역을 보고 개발이 힘든 곳은 투자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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