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지도자, '우크라 협상 종용' 교황에 단체 비판…"부끄럽다는 말밖에"(종합)
우크라 외무 "노랑·파랑 국기 아래 승리…백기 게양 안 해"
폴란드 외무 "푸틴이 철군할 용기 독려하라…협상도 불요"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사이 충돌을 언급하면서 협상을 종용했다. 우크라이나 측을 향한 일방적 협상 주장에 유럽 지도자는 반발하고 나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9일(현지시간) 공개된 스위스 공영방송 RTS와 인터뷰에서 두 전쟁을 놓고 "협상은 결코 항복이 아니다. 한 나라를 자살 행위로 몰고 가지 않는 것은 용기"라고 견해를 밝혔다. 방송된 인터뷰는 지난달 초 바티칸에서 진행된 녹화본이었다.
그는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러시아와 협상해야 한다는 의견과 무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양분한 상태와 관련해 협상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는 인물이 많다. 튀르키예가 그 예시"라며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협상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아울러 "상황을 보면서 국민을 생각하며 백기를 들고 협상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가장 강하다고 믿는다"면서 "협상이라는 단어는 용감한 단어다. 당신이 패배하고, 일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용기를 내어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며 주장했다.
이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협상을 계속해서 띄우는 가운데 나왔다. 동시에 우크라이나가 전선 상황이 밀린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사실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세를 인정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협상에 나서고 완곡하게 표현한 셈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 같은 인터뷰가 공개된 뒤 젤렌스키 대통령 측은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화를 원하지만 영토를 조금도 러시아에 내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러시아 측은 이 같은 조건으로는 평화를 논의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터뷰가 공개되자 유럽 지도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줄지어 비판을 쏟아냈다.
10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가장 강한 사람은 선과 악의 싸움에서 둘을 같은 선상에 놓고 '협상'이라고 부르지 않고 선의 편에 서는 사람"이라며 "우리 국기는 노란색과 파란색이다. 우리는 그 깃발 아래서 살고, 죽고, 승리한다. 다른 어떤 깃발도 절대 게양하지 않을 것"이라며 '백기'를 언급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백기에 관해 20세기 전반 역사에서 바티칸의 전략을 잘 알고 있다"라며 "역사적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고 우크라이나와 그 국민의 정당한 삶을 위한 투쟁을 일관되게 지지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일부 가톨릭교회와 독일 나치 세력 사이 협력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드가르스 링케비치 라트비아 대통령도 "악 앞에서 항복해서는 안 된다. 악과 싸워 물리쳐야 한다. 그래야 악이 백기를 들고 항복한다"고 에둘러 비판에 가세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균형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군대를 철수할 용기를 갖도록 격려하는 것은 어떻나"라며 "협상할 필요 없이 평화가 바로 뒤따를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알렉산드라 팔켄뷔르흐 주교황청 유럽연합(EU) 대사는 "러시아는 2년 전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불법적이고 부당한 전쟁을 시작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함으로써 이 전쟁을 즉시 끝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 EU는 우크라이나 측이 제시한 평화계획을 지지한다고 못 박았다.
데니스 라트케 유럽의회(EP) 의원은 "안타깝게도 부끄럽다는 표현이 적절하다"면서 "우크라이나를 향한 그의 입장은 그의 교황직을 나쁘게 보이도록 한다. 이해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논란이 인 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성명을 내어 "(프란치스코 교황은)적대 행위 중단, 용기 있는 협상으로 도달한 휴전을 보여주기 위해 '백기'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라고 항변했다.
지난해에도 교황은 제국주의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지난해 8월2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10차 전(全)러시아가톨릭청년총회에 보낸 영상에서 "위대한 러시아, 차르의 후예"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한편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충돌과 관련한 질문에는 양측 모두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전쟁은 한쪽이 아니라 양쪽이 하는 것"이라며 "무책임한 것은 전쟁하는 양측"이라고 몰아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ddingd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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