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초격차 극복을 위한 AI 데이터 규제 샌드박스
인공지능(AI) 초격차 시대가 다가온다. 초거대 언어모델을 개발해 상용화하는 미국을 비롯한 AI 선도국가들은 기술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AI 개발에 뒤쳐진 국가들도 다른 나라의 인공지능에 종속되지 않고 자국의 언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주적인 인공지능 개발을 통해 인공지능 주권(AI sovereignty)을 지키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바야흐로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AI 국가주의(AI Nationalism)가 본격화한다. 우리나라는 초거대·생성형 인공지능 생태계를 보유한 5대 국가 중 하나이자 글로벌 국가 인공지능 경쟁력 순위 6위로 세계 상위 수준이지만 가장 앞선 미국이나 중국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진다. 영국 데이터 분석 미디어 토터스인텔리전스가 발표한 '2023 글로벌 AI지수'에 따르면 미국(1위)을 만점인 100으로 놓았을 때 중국(2위)은 61.5, 우리나라(6위)는 40.3에 불과했다. 세계 주요 국가가 미래 사회의 핵심 기반인 인공지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연구·개발 및 투자에 적극 나서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그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인공지능 선도국가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미국, 영국, EU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글로벌 거버넌스의 구축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인공지능 선도국가 중심의 글로벌 거버넌스가 만들어진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추격자들은 국제적인 규제체계가 요구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하면서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사업화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이중부담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의 중심에서 목소리를 내고 우리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선도국가로서의 자격을 갖춰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인공지능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연구·개발을 더욱 활성화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응용사업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화도 병행돼야 한다. 인공지능을 잘 만들 뿐만 아니라 잘 활용하는 능력을 모두 갖춰야 하는 것이다. 동시에 세계가 요구하는 인공지능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적·제도적 노력도 필요하다. 다만 인공지능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위해서 너무 앞서가거나 과도한 규제논의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공지능 혁신이 가져오는 구체제와의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 미래 경쟁력의 핵심적 기반인 인공지능의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혁파하고, 구체제와의 조화가 필요하다면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적극적인 개선에 나서야 하고, 인공지능 혁신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면 그에 맞는 입법을 해나가야 한다. 불가피하게 구체제와의 공존이 필요한 때에도 인공지능 혁신을 뒷받침하며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법제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데이터다. 데이터의 양과 질에 따라 인공지능의 품질이 달라진다. 추격자의 입장에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지고 구체제나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와 조화를 꾀해야 하는 상황은 현실화하고 있다. 반면 인공지능 데이터 학습에 유용한 수많은 데이터는 기존 데이터의 데이터 창출자나 보유자의 지식재산권,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정보주체의 개인정보권, 국유재산법에 따른 국유 데이터에 대한 국유재산권, 정보공개법에 따른 공공기관의 비공개정보 등의 이유로 학습데이터로 활용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구체제의 법제도는 그 나름의 타당한 존재이유가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 혁신만을 위해 배척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하여 손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기 때문에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구체제의 변화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기 전이라도 일정 요건하에서 위와 같은 구체제에 대한 예외로서 인공지능 연구·개발을 위한 'AI 데이터 규제 샌드박스'와 같이 인공지능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한 숨통을 틔워줄 법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인공지능 초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슬기로운 해법을 모색할 때다.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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