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5년' 제대로 무대 즐기는 박지연 “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

이강은 2024. 3. 11.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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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일 테노레’에 이어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서 주연으로 맹활약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음악이 너무 좋아 어려서부터 탐내던 작품”
“노래 9곡 불러야 하고, 공연 내내 무대에 있어야 하는 힘든 작품이지만 너무 재밌어”
“나의 찐(진짜) 모습 많이 나오는데 두렵지 않고 오히려 편해”
고전 연극 ‘햄릿’ 하면서 박정자·손숙 등 대배우들에게 배운 공부가 큰 힘 돼
배우 박지연(36)은 2010년 뮤지컬 ‘맘마미아’(소피 역)로 데뷔한 지 15년을 맞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 공연 무대를 즐기고 있다. 지난달 25일 초연을 마친 뮤지컬 ‘일 테노레’(서진연 역, 오는 29일부터 연장 공연)와 15년 만에 돌아온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캐시 역, 4월7일까지 공연)에 푹 빠지면서다. 지난 5일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공연장인 서울 세종문화회관(S씨어터)에서 만난 박지연은 “그전까지 작품들은 공연할 때마다 부담이 돼서 내가 즐긴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 이 두 작품은 너무 사랑하고 즐겨서 그런지 하루하루 시간이 정말 빨리 갈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중,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의 경우 음악에 반해 신인 때부터 정말 하고 싶은 작품이었다고 한다. “첫 곡 ‘스틸 허팅(아직 아파)’이나 ‘더 넥스트 텐 미닛(다가올 십 분)’ 등 이 작품의 음악이 너무 좋아서 언젠가 다시 하면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이번에 다시 한다는 소식에 기뻐서 고민도 않고 참여하게 됐습니다.”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서 캐시 역으로 열연 중인 박지연. 신시컴퍼니 제공
대사가 거의 없이 노래 위주로 진행되는 성스루(sung through) 뮤지컬인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삶의 속도가 달랐던 제이미와 캐시가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헤어지기까지의 5년을 그린 2인극이다. 작품에서 둘의 시간은 반대로 흐른다. 유명 작가인 제이미의 시간은 사랑이 시작된 5년 전부터 오랜 다툼에 지쳐 캐시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현재로 흐른다. 반면 무명 배우인 캐시의 시간은 가슴 아픈 이별의 순간에서 제이미를 만나 가슴 두근거렸던 첫만남으로 향한다. 제이미 역은 최재림·이충주가, 캐시 역은 박지연·민경아가 번갈아 맡는다. 공연 시간은 90분으로 짧지만 공연 내내 무대에 머무르며 노래를 8∼9곡씩 불러야 하는 배우들에겐 결코 쉽지 않은 작품이다. 박지연은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노래들은 배우끼리 주고 받는 게 없고 혼자 불러야 하는 곡이기 때문에 그냥 노래하듯 했다가는 콘서트가 돼버린다”며 “노래로 하는 이야기가 관객에게 잘 전달되도록 최대한 말(대사) 하듯이 노래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작품의 매력은 단연코 음악에 있다고 했다. “장르가 다른 노래가 많아 배우의 보컬과 소리의 길을 다르게 사용해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뮤지컬 배우들이 좋아할 만 해요.” 공연 내내 무대에 있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라고 했다. “다른 공연에선 내 장면 끝나고 퇴장한 뒤 (잠깐의 휴식을 통해) 여러 가지를 재정비하고 다시 무대에 나갈 수 있는 시간이 있는데 이 공연은 그럴 수가 없잖아요. 상대 배우가 노래할 때도 나름 무언가 연기를 하면서 관객들 모르게 재정비하며 에너지를 끌어올려 놓아야 하니 도전적인 작품입니다.”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서 캐시(박지연·왼쪽)와 제이미(최재림)의 결혼식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박지연은 특히,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도 두렵지 않은 공연이라며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 진한 애정을 내비쳤다. “제가 출연했던 다른 작품 속 인물들과 달리 이상하게 캐시는 정말 가까운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저의 찐(진짜) 모습이 많이 나오는데 두렵지가 않고 오히려 편해요. 저를 그냥 음악 위에 딱 얹어 놓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저에게 이런 작품은 앞으로 다신 없을 것 같습니다.”

박지연을 신나게 무대에 오르도록 해준 ‘일 테노레’와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뮤지컬이지만 연극적인 요소가 강한 편이다. 그가 각각 2022년과 지난해 출연한 연극 ‘햄릿’(오필리어 역)과 ‘2시 22분’(제니 역)에 고마움을 느끼는 이유다. ‘햄릿’을 하는 동안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등 쟁쟁한 원로 배우들에게서 발성과 발음의 중요성을 배우고 무대 연기의 맛도 알게 됐단다. “자연스러운 연기라고 해서 다 좋은 게 아니라 무대 위에서 배우가 반드시 해내야 하는 게 있다는 걸 ‘햄릿’을 통해 많이 배웠어요. 힘들긴 했지만 고전 연극을 하며 배운 걸 현대극인 ’2시 22분’에서 다시 해보며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제가 진짜 두 연극을 먼저 하지 않았더라면 ‘일 테노레’와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를 이렇게 즐기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의 말처럼 자기 마음에 쏙 드는 음악, 자신의 실제 모습과 닮은 캐릭터, 연극 작업에서 단련된 자신감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서인지 박지연은 팔색조처럼 인상적인 연기력과 가창력을 보여준다. 
2인극인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서 각각 캐시와 제이미를 번갈아 연기하는 박지연(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민경아, 최재림·이충주.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제미이와 캐시의 시간이 엇갈리는 독특한 구성과 회전 테이블 등 무대 연출이 극적인 효과를 낸다. 공연 시간 90분 중 둘은 단 한 번 같은 시간에 존재하며 서로를 바라본다. 두 사람이 가장 행복했던 ‘결혼식’의 순간이다. 캐시와 제이미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서로를 마주보지만 곧바로 각자의 시간 속으로 걸어간다. 캐시는 과거로, 제이미는 미래로….

두 대의 첼로, 바이올린, 베이스, 기타, 피아노로 구성된 라이브 밴드가 복잡다단한 캐시와 제이미의 상황, 감정을 극적인 멜로디와 변주로 표현한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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