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특별' 자치단체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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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8일.
이날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이었다.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제1조에 따르면 특별자치도 설치는 '실질적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지역의 경쟁력을 제고하여 도민의 복리증진을 실현하고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관련법이나 정부 발표 등을 보면 특별자치도는 중앙정부로부터 많은 권한을 이양받아 자치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중앙정부의 다양한 재정 지원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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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익 없이 행정체계만 교란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1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한 행사에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행사 도중 ‘국정 기조를 바꿔 달라’며 큰 소리로 외치는 등 소란을 피우자 경호원들이 그를 저지한 사건이 발생했다. 대통령 경호 문제가 세인의 시선을 끈 탓인지 훨씬 중요할 수 있는 문제는 묻혀버렸다. 도대체 대통령은 그날 왜 전주에 갔고, 무엇을 축하한 것일까.
이날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이었다. 제주도, 강원도에 이어 전라북도가 우리나라의 세 번째 특별자치도가 되는 것을 선언하고 축하하는 자리였다. 전라북도의 공식 명칭은 이제 전북특별자치도로 바뀌었다. 도대체 특별자치도는 무엇일까.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제1조에 따르면 특별자치도 설치는 ‘실질적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지역의 경쟁력을 제고하여 도민의 복리증진을 실현하고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작년 6월 특별자치도가 된 강원도에 대한 법에도 비슷하게 규정돼 있다.
특별자치도는 어떤 점이 특별한 것일까. 관련법이나 정부 발표 등을 보면 특별자치도는 중앙정부로부터 많은 권한을 이양받아 자치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중앙정부의 다양한 재정 지원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행정제도 개편을 통해 강원도와 전라북도가 더 살기 좋은 곳이 된다면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나머지 6개 ‘보통’ 도들은 어쩌란 말인가. 그들도 더 많은 권한과 지원을 확보하고 싶지 않겠는가. 지난 1년 남짓한 기간 두 개의 도가 이런 특권을 누리게 됐으니 조만간 다른 보통 도들도 똑같은 대우를 받고자 노력하지 않을까. 경기도를 남부와 북부로 나누는 것과 관련한 논의에서 경기 북부를 특별자치도로 만들자는 안이 언급되고 있는 점 등을 보면 조만간 우리나라는 모든 도가 특별자치도가 될 듯하다. 안타깝지만 모두가 특별한 세상에서는 아무도 특별하지 않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특별자치도의 영어 명칭이다. 도의 영어 표기는 ‘province’인데, 특별자치도는 ‘state’를 사용한다. ‘state’는 통상적으로 주권을 가진 국가를 지칭할 때 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우리는 주라고 번역하지만 50여 개의 ‘state’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연합국이다. 그래서 각 주는 자체적 헌법이 있고 주방위군이라고 불리는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특별자치도라는 제도를 설계하거나 추진한 사람들은 이런 내용을 알고 있는 것일까. 궁극적으로 특별자치도 설치는 대한민국을 연합국가로 개조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일까.
‘특별’한 지방자치단체를 만들려는 움직임은 도 단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전국 곳곳에 ‘특례시’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지역마다 수많은 특구가 범람하고 있다. 이런 특별 자치단체 범람이 지방 발전을 뒷받침하지 못한 채 행정체계만 누더기로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오늘날 우리나라 행정구역과 지방행정제도의 기본 틀은 1910년대 초 조선총독부에 의해 만들어졌다. 10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회경제적 여건이 크게 바뀐 점을 고려하면 개선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 등의 문제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진행돼온 과정을 보면 지방행정을 국가 발전에 조응하도록 발전시키고 있는지 의문이다. 아무쪼록 국토가 균형 있게 발전하는 제도적 토대를 실질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방행정제도의 큰 틀을 짜고, 그에 따라 바꾸어 나가는 노력이 이뤄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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