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협 거인' 신격호 생가 담벼락에 놓인 롯데 껌

장병문 2024. 3. 1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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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 있는 고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생가 싸릿나무 담벼락 사이에 롯데 껌이 놓여 있다.

둔기리 주민들은 신 명예회장의 생가 인근에 소박하게 조성된 그의 묘소에도 롯데 과자가 종종 놓여 있다고 말한다.

신 명예회장은 생전에 울주군 주민들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고향사람들은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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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하나로 거대 기업 일군 신격호 추모하는 주민들
고향 발전 기여에 감사의 표시

고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생가 싸릿나무 담벼락에 롯데 껌이 놓여 있다. /장병문 기자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지난 5일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 있는 고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의 생가 싸릿나무 담벼락 사이에 롯데 껌이 놓여 있다. 껌 하나로 시작해 한국과 일본을 연결한 거대 기업을 일군 신 명예회장을 추모하는 주민들의 손길이다. 둔기리 주민들은 신 명예회장의 생가 인근에 소박하게 조성된 그의 묘소에도 롯데 과자가 종종 놓여 있다고 말한다.

신 명예회장은 생전에 울주군 주민들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고향사람들은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신 명예회장의 고향마을은 1969년 대암댐 건설로 물에 잠겼다. 당시 마을이 수몰되자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신 명예회장도 '댐실향민'이 됐다. 그는 고향을 잃은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1971년 '둔기회'를 결성해 지난 2013년까지 잔치를 열었다.

신 명예회장은 2009년 사재 570억원을 출연해 '롯데삼동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울주군 지역의 소외계층을 돕고 있다. 그는 울산지역 청소년들의 과학 교육을 위해 사재 240억원을 들여 2011년 '울산과학관'을 개관하고 시에 기증했다. 이곳은 매년 50여만명이 찾는 과학교육의 요람으로 자리잡았다. 모교인 울산 삼동초등학교에는 매년 장학금과 수학여행 경비를 지원했다. 그는 고향의 우수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았다.

신 명예회장의 묘소 인근에서 만난 둔기리 주민은 "신 회장은 고향 발전을 위해 재단을 만들고 누구보다 많은 일을 한 분"이라며 "이곳 사람들은 항상 고마움을 가지고 있다"고 고인을 기억했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묘소는 작은 봉분과 와석 하나로 조성돼 있다. 와석에는 '여기 울주 청년의 꿈 대한해협의 거인 신격호 울림이 남아 있다. 거기 가봤나?'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장병문 기자

신 명예회장은 지난 2020년 1월 세상을 떠났다. 해마다 고인의 가족들과 롯데 임직원들은 기일에 맞춰 묘소를 방문하고 있다. 신 명예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과 외손녀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16일 선영을 찾아 추모식을 열었다. 이날 롯데 계열사 전직 대표와 임원들도 참석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국·내외 일정 속에서도 매년 두 차례 부친의 선영을 찾는다. 신동빈 회장은 경남 지역 출장 일정이 있을 때면 울산을 들러 부친을 기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효심 내세우던 장남 신동주, 1년 넘게 선영 발걸음 뚝 끊겨

반면 신 명예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선영 방문은 뚝 끊겼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2022년 11월 이후 선영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정상 어려움이 있다고 했지만 1년 넘게 선영을 찾지 않는 것은 그가 신 명예회장 생전에 효심을 내세웠던 행보와 상반대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22년 11월 울산 선영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서울역 장애인 주차구역에 자신의 업무용 차량을 주차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장애인 주차구역 이용으로 망신 당해 부친 선영을 방문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신동주(오른쪽) 전 부회장은 지난 2022년 11월 서울역 롯데 아울렛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서 아내인 조은주 씨와 함께 자신의 업무용 차량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에 탑승하고 있다. /더팩트 DB

한편 신동주 전 부회장이 부친에 대한 효심을 유독 강조했던 이유가 본인 해임에 대한 배경을 가리기 위해서라는 평가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해임 결정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신격호 명예회장인데 그러한 부분을 최대한 희석 시키 위한 방법으로 효심을 내세운 게 아니냐는 말도 있다"며 "신동주 전 부회장은 부친이 스스로의 뜻에 따라 해임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다름 사람들이 부친을 움직여 해임하도록 종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줄곧 동생 신동빈 회장과 일본 임원진들이 공모해 본인 해임이 결정됐다고 말하고 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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