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퍼트 연습 5시간씩’…개막전 여왕 김재희 “대상·상금왕 목표”(종합)
2021년 데뷔…91번째 대회 만에 감격의 첫 우승
SK텔레콤과 정상급 선수 대우로 계약하자마자 우승
동계 훈련에서 퍼트 훈련 매진하며 약점 지워
장타 퀸 방신실 2위…아마추어 오수민 3위
촉망받는 기대주였지만 데뷔 후 우승이 없었던 김재희(23)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24시즌 개막전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총상금 110만 싱가포르달러·약 11억원)에서 기다리던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동계 훈련 기간 약점을 지우기 위해 지독하게 연습한 노력의 결과였다.
김재희는 10일 싱가포르의 타나메라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한 김재희는 단독 2위 방신실(20)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으로 19만8000 싱가포르달러(약 1억9000만원)를 받았다.
데뷔 4년 차·91개 대회 만에 첫 우승
김재희는 국가대표 출신으로 2020년 드림투어(2부)에서 3승을 거두고 상금왕을 거머쥔 유망주였다. 많은 기대를 받고 2021년 KLPGA 투어에 데뷔했지만 좀처럼 첫 우승이 터져 나오지 않아 마음을 졸였다.
터닝포인트는 지난해 말이다. 11월 S-OIL 챔피언십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던 중 폭우 때문에 경기가 취소돼 첫 우승 기회를 허무하게 날렸지만, 김재희는 오히려 자신감을 얻었다. 김재희 자신도 “첫 우승은 시간 문제”라고 말할 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이날 김재희의 우승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단독 선두였던 아마추어 국가대표 오수민(16)에 3타 차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해서다. 그러나 김재희는 4번홀부터 6번홀까지 3연속 버디를 잡으며 기세를 올렸다. 특히 4번홀(파3)에서 홀인원이 될 뻔한 환상적인 아이언 티샷을 선보여 첫 버디를 잡았다. 5번홀(파5) 버디에 이어 6번홀(파3)에서는 그린 밖에서 퍼터로 버디를 추가하며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김재희는 13번홀(파4)과 14번홀(파3)에서 연속해 1.5m 버디 기회를 만들었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아 2타 차 선두로 나섰다. 15번홀(파4)과 16번홀(파3)에서 챔피언 조 경쟁을 펼치던 오수민, 방신실이 각각 버디를 추가하며 김재희를 1타 차로 맹추격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마지막 18번홀(파5)을 파로 마무리한 김재희는 생애 첫 우승으로 생일을 자축했다. 그는 3월 10일이 생일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새로운 스폰서인 SK텔레콤 모자를 쓴 김재희는 메인 후원사가 바뀌자마자 첫 우승을 차지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SK텔레콤은 김재희에 우승이 없는 선수 가운데 최고 대우를 하며 4년간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김재희는 이에 보답하듯 바로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첫 우승을 SK텔레콤에 바치고 싶다”며 “올해 첫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으니 상금왕과 대상을 목표로 삼고 우승을 쌓아가겠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페이드 구질 장착해 자신감…퍼트 보완하니 바로 우승
김재희는 지난 2년간 왼쪽으로 급격하게 샷이 휘는 ‘훅’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그는 지난해 초부터 홍석전 코치와 함께 오른쪽으로 휘는 페이드 구질을 연마했다. 페이드 구질은 공에 회전이 더 많이 걸려 그린에 공을 잘 세우기 때문에 더욱더 정확하게 샷을 할 수 있다.
페이드 구질을 장착해 자신감을 찾은 김재희는 이번 전지훈련에서는 퍼트 연습 비중을 크게 늘리며 약점을 지우는 데 집중했다. 김재희는 스스로 퍼트에 자신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그린 위 플레이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대회부터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버디 기회를 거의 놓치지 않으며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김재희를 지도하는 홍석전 코치는 이데일리에 “작년에 샷이 많이 좋아지고 안정됐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이 많이 올 거라고 예상했다”며 “우승 경쟁과 같은 긴장되는 순간에 급하게 치지 않는 리듬 연습을 많이 했다. 볼과의 간격, 스트로크 크기 등 어드레스에 대해 많이 고민하며 시간을 쓴 결과 올해 첫 대회부터 우승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또 “약점이라고 생각한 퍼트를 하루에 5시간씩 연습했다. 볼 스피드에 따른 라인 계산, 거리감 등을 면밀히 분석했다. 또한 퍼트할 때 역그립을 잡아 손목을 고정해 정확성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2승을 거두며 슈퍼 루키로 각광받았던 방신실은 치열한 우승 경쟁 끝에 준우승(16언더파 272타)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약 7년 만의 아마추어 우승을 노렸던 오수민은 최종 3위(15언더파 273타)에 자리했지만, 골프 팬들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주미희 (joom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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