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암 칼럼]‘이재명 사천’ 논란과 ‘탐욕 알고리즘(Greedy Algorithm)’
인풋-아웃풋 대비 필요
비명 횡사-친명찐명 횡재 명확
‘탐욕 알고리즘’의 궁극적 결말은?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카카오T블루) 사업이 한때 2년 만에 5배 속도로 급성장하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난해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결은 “알고리즘 조작”이었다. 일정 거리 이내에서는 가까운 곳에 있는 일반택시보다 먼 곳에 있는 가맹택시에 콜을 몰아주도록 알고리즘이 짜여 있었던 것.
최근 포털이나 배달플랫폼의 ‘갑질’ 논란도 대개는 알고리즘을 둘러싼 것일 때가 많다. ‘을’들은 알고리즘의 불공정성을 성토한다. 반면 ‘갑’들은 “알고리즘은 사람의 자의성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일축한다. 그러면서도 알고리즘의 세부 내용만큼은 한사코 감추려고 든다.
최근 벌어지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내홍도 이런 논란의 구도를 빼다박았다.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은 쪽은 “공당(公黨)의 공천이 아닌 이재명 대표의 사천(私薦)”이라고 반발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사전에 만들어진 룰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는 “시스템 공천”이라고 반박한다. 모든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낱낱이 공개하면 불필요한 논란일 텐데, 민주당 지도부는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알고리즘이 베일에 가려 있을 때 그 공정성을 평가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인풋(Input)’과 ‘아웃풋(Output)’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우선 친명 지도부부터 보자. 조정식 사무총장, 인재영입위원회 간사인 김성환 의원,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 김윤덕 조직사무부총장 등 주요 당직자 대부분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또한 정성호, 박홍근 등 친명계 중진 의원들의 ‘아웃풋’도 이들과 똑같은 단수 공천장이었다.
다음은 ‘찐명 자객그룹’의 일단(一端).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비공개 ‘특별보좌역 회의’를 열고 9명에게 특보 임명장을 수여했다. 경선 여론조사를 할 때 ‘6개월 미만 경력 사용 금지’ 규정을 감안한 ‘자객 공천 스펙 만들기’라는 게 당시 나왔던 해석이다.
최종적으로 경선에 뛰어든 이는 9명 중 7명, 대장동 사건 변호를 맡은 박균택 변호사,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의 변호를 맡은 이건태 변호사, ‘FTA 저격수’로 불리는 송기호 변호사, 김문수 전 경기도신용보증재단 전략상임이사, 안태준 경기주택도시공사 부사장, 진석범 전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 정진욱 전 이재명 후보 대선 선거대책위 대변인 등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친명보다 더한 찐명’들이다. 이들 중 현재까지 경선이 진행된 박균택, 안태준, 정진욱, 송기호 등은 모두 승리했다. 현재 스코어 4전 4승.
반면 ‘비명 학살’의 아웃풋은 첩첩이 쌓여나가는 중이다. 6일 나온 4∼6차 경선 결과에서는 지역구 현역 의원 11명 가운데 7명이 탈락했다. 탈락한 7명 중 6명은 비명이었는데, ‘친명 현역 1명’을 밀어낸 인물이 ‘찐명’ 박균택 변호사였다. 원내대표까지 지냈으며 모범적인 의정활동을 한 것으로 정평이 난 ‘비명’ 박광온 의원은 이 대표를 조선의 개혁군주 정조에 비유한 김준혁 민주당 전략기획부위원장에게 밀려났다. 강원도당 위원장이 서울 은평을에서 ‘비명’ 현역을 제치는 결과도 나왔다. “시스템 공천을 통해 혁신과 ‘통합’이 달성됐다”는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의 자화자찬은 듣는 쪽마저 낯 뜨겁다.
컴퓨터 코딩에 ‘탐욕 알고리즘(Greedy Algorithm)’이라는 용어가 있다. 여러 단계의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단계마다 그 단계에서 가장 손쉽거나 최적이라고 여겨지는 해법을 적용해 나가는 방법이다. 탐욕 알고리즘의 가장 큰 딜레마는 최종 단계에서 손에 쥐는 결과가 최선이 아닐 때가 많다는 것이다. 하물며 복잡다단한 인간사와 정치의 세계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순간순간 ‘달콤함에 대한 선택’과 탐욕이 쌓이면 십중팔구 감당 못 할 독(毒)이 된다.
이 대표는 이번 공천을 통해 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사법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그림을 완성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선택이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당장 많은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는 민주당 지지율의 하락세가 ‘탐욕 알고리즘’의 ‘결과 값’을 예고하고 있는지 모른다.
천광암 논설주간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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