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한국처럼 돼서는 안 된다’
‘노키즈 존’·입시 경쟁 증가 등
日언론, 한국 저출산 원인 진단
냉정한 평가 ‘채찍질’로 삼아야
최근 일본 언론이 한국과 관련해 가장 주목한 소식은 출산율이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2명을 기록했다는 통계청 조사 결과가 지난달 28일 발표되자 일제히 관련 소식을 전했다. 물론 일본 언론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각국 주요 언론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나빠지기만 하는 한국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나름의 분석을 내놨다. 그중에서도 일본 언론에 눈길이 가는 건 일본이 한국과 같은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원인으로 대학입시로 대표되는 ‘경쟁압력’이 최근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한 것도 주목된다. 어릴 적부터 ‘일발승부’인 대학입시 준비에 내몰려 누구라도 심리적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고 했다. 입시에 성공한 사람은 자신은 이룬 성과를 아이가 거두지 못할까를, 실패한 사람은 아이도 같은 좌절을 경험할까를 걱정한다.
한국 사회의 이런 문제가 싫어 일본으로 이주한 30대 여성의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 탈출’이란 표현을 썼다. 두 아이를 둔 이 여성은 남편과 함께 1년에 1억50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는 대기업 회사원으로 남부럽지 않은 조건을 갖췄지만,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전전해야 하는 현실에 “한국과는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키워보고 싶어” 일본에 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아이들과의 공존을 불편해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거리 전체가 아이를 거부하지 않는 것 같다”는 여성의 평가도 전했다. 이 사연에 일본도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는데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왔다는 게 놀랍다는 내용의 댓글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의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한 것이냐고 반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치솟는 집값, 취업난과 불안정한 고용, 여성에게 치우친 육아·가사 부담 등 우리 스스로 이미 알고 있는 문제까지 지적한 아사히의 시리즈 기사는 거칠게 말하면 ‘한국처럼 되지 말자’는 주장이며 스스로를 다잡는 결의다. 아사히뿐만 아니라 관련 소식을 전하는 일본 언론 대개가 그렇다.
한 보도는 한 해 출생아 수가 8년 연속 감소해 지난해 75만명까지 떨어진 것 등을 언급하며 지금처럼 인구 감소가 계속될 경우 30년 후 일본은 ‘한계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놀랍지 않은 사실이다. 그렇게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과 같은 상황이 되어 버릴 것”이라고 표현했다. 비슷한 사회구조에다 같은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일본에겐 남의 이야기라고만 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태도가 아닌가 싶다.
기사들을 보면서 모멸감이 일었다. 한국은 사람 살 곳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0.72라는 숫자에 매몰돼 우리의 현실을 왜곡, 과장하는 거라고 항변하고도 싶었다. 실제 그런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러나 곱씹어보면 그리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적된 것들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고민 중인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남들이 보고 평가하는 내가 실제와 더 부합할 때가 있다. 같은 진단이라고 해도 더 신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이 얼마나 아이를 낳아 기르기 힘든 사회인지를 전한 일본 언론의 기사가 뼈저린 건 그래서다.
과제는 명확하다. 최악의 사례가 되어 버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지혜를 모으는 것이다. 냉정한 외부의 평가를 채찍질로 삼아야 할 때다.
강구열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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