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식칼럼] 합계출산율 0명 시대와 자녀의 가치
양육보다 시간 덜 드는 것 선호
자녀의 정서 가치마저 붕괴 땐
초저출산현상 탈출 쉽지 않아
초저출산현상은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로 낮아지는 상태로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20년 이상 동안 지속되고 있다. 더 나아가 2018년부터 합계출산율 0명대로 진입하여 작년에는 0.72명으로 우리나라 인구학적 상황은 ‘쇼크’를 넘어선 ‘패닉’상태로 접어들었다. 한국의 출산율이 어디까지 낮아지고 얼마까지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는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사실 우리사회에서 지목하고 있는 저출산 원인들은 누구든지 결혼하고 출산할 것이라는 전제를 방해하는 요소들이다. 이러한 저출산 원인구조에 대응한 정책들은 결혼과 출산 및 양육 부담을 줄이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 국민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대책도 부담을 완전하게 해소할 수 없으므로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을 포기 또는 축소할 수밖에 없다. 그 배경에는 자녀양육으로 인한 부담과 기회비용 상실이 자녀를 통해 추구할 수 있는 가치보다 크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미국 경제학자인 게리 베커는 경제가 발전하여 소득이 증가하면 자녀의 질을 추구하고 그로 인하여 자녀의 비용이 상승하면 자녀의 수를 줄인다고 주장하였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시간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반면, 자녀는 부모의 보다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따라서 개인은 자신의 시간 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해 자녀양육보다 시간이 덜 소요되는 것들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결국 자녀양육은 시간을 포함한 비용의 증가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데, 과연 자녀가 그러한 비용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믿을 수 있느냐가 출산율 회복의 관건인 것이다. 이는 분명하게 자녀양육 부담을 줄이는 정책들과도 차이가 있다. 초저출산현상을 겪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자녀는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개인은 그러한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어떠한 행태를 보이는가? 연금, 건강보험 등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구축되어 있는 상황에서 현대인이 가지는 자녀의 가치는 가문계승이나 노후보장 등의 전통문화적 또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벗어나 정서적인 측면이 강화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녀를 둠으로써 행복하고, 부부간 유대가 강화되고, 노후에도 외롭지 않다는 등의 정서적 가치가 중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서적 가치마저 어쩌면 무력화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그 근거로 자녀의 정서적 가치를 대체하는 방법들, 즉 반려동물, 인터넷, 게임, 오락 등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서구사회에 자녀에 대한 정서적 가치가 매우 높게 유지되고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
자녀의 정서적 가치마저 붕괴된다면 합계출산율 0명대를 탈출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국가와 사회는 국민 개개인의 자녀 가치를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가치의 추구가 지나친 부담이나 열악한 환경 등으로 인해 좌절되지 않도록 사회인프라를 구축하고 맞춤형 지원들을 충분히 제공하여야 한다. 요컨대, 이제 저출산 대책으로 부담 경감이라는 네거티브 방식은 물론 개인들이 자녀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른바 포지티브 방식도 함께 작동시켜야 할 것이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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