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진정한 사과

2024. 3. 10.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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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는 내내 할머니의 얼굴에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방송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모든 할머니들이 그토록 바란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를 듣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한탄하며 고인이 된 할머니들께 사과하였다.

이런 국수주의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요원하게 하는 것이다.

브란트는 1970년 12월 7일 나치에 의해 희생된 폴란드 전몰자 위령탑에서 진정한 사과의 예를 올림으로써 폴란드인들의 독일에 대한 합당한 원한과 의구심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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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는 내내 할머니의 얼굴에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눈물은 TV 안에 머물지 않고 밖으로 나와서 시청자들의 가슴을 적셨을 것이다. 3·1절을 다루는 방송프로그램에서 본 이용수 할머니의 말씀과 눈물이 잊히지 않았다. 인간과 인생이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 ‘업’ 같은 것이라지만 그의 모진 고통과 한이 안타까웠다.

아시다시피 할머니는 일본제국주의가 강제 동원한 위안부 피해자이다. 1991년에 고 김학순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음지에 숨어있던 할머니들이 세상에 알려졌다. 일제로부터 해방이 되고도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지나서야 꽁꽁 닫혀 있던 밀실의 문을 겨우 열고 광장으로 나온 것이다. 모두 220분이었다.

또 30여년의 세월이 흐르며 이제 생존하고 있는 분은 열 분도 못 된다. 방송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모든 할머니들이 그토록 바란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를 듣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한탄하며 고인이 된 할머니들께 사과하였다.

사과를 생각하면 두 개의 상반된 장면이 떠오른다. 하나는 2013년 5월 12일 ‘731’이라고 적힌 일본 자위대의 항공훈련기 조종석에 앉아서 득의양양하게 사진을 찍은 ‘아베’ 일본 총리의 모습이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왼손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731부대가 어떤 곳인가. 일제의 관동군 소속으로 사람을 살리기 위한 의학이 아니라 사람을 효율적으로 죽이는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악랄한 방법으로 생체실험을 수행한 부대이다. 이런 국수주의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요원하게 하는 것이다.

다른 장면은 비 오는 날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의 모습이다. 브란트는 1970년 12월 7일 나치에 의해 희생된 폴란드 전몰자 위령탑에서 진정한 사과의 예를 올림으로써 폴란드인들의 독일에 대한 합당한 원한과 의구심을 풀었다. 대통령과 총리를 포함하여 독일 정부가 보여주는 유대인 홀로코스트에 대한 한결같은 반성과 보상은 사과가 지니는 놀라운 힘을 보여준다. 나치의 만행을 역사에서 지우지는 못해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이해와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지혜를 인류에게 선사했다.

잘못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인간과 국가의 품격을 가늠하게 한다. 사과와 도덕심은 ‘하늘과 땅’같이 불가분의 관계이다. 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결사체가 온갖 문패를 내걸고 출생신고 중이다. 지난 정권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내다 여러 의혹으로 한 달여 만에 물러난 사람이 대표인 ‘당’도 있다. 그는 1심과 2심의 유죄 선고에도 불구하고 사과를 한 적이 없다. 그 당도 사과를 할 줄 모를까 봐 걱정스럽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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