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한줌의 패거리가 만든 지옥
1960년대 초 모든 정적을 제거하고 빨치산 출신들이 권력을 장악했지만 장관급 자리에 오른 자들이 글을 몰라 김일성고급당학교에서 ‘가나다라’부터 공부해야만 했다. 하지만 머리가 굳어 끝내 배우지 못한 자도 많았다. 그들을 가르친 교장은 일제 때 공부했다는 이유로 나중에 양강도 오지로 추방됐다.
머리가 텅 빈 인간들이 권력을 잡았으니 북한은 절대 잘 살 수가 없었다. 여기에 “수령님 하는 일은 무조건 좋다”고 환호를 지르는 무식한 머슴과 노동자 출신들을 승진시켜 나라의 핵심으로 삼았다. 무식한 패거리들이 온 나라를 무지한 땅으로 만든 것이다.
빨치산 패거리들의 두 번째 특징은 강한 권력욕과 무자비한 정적 숙청이었다. 한때 사지를 함께 넘었던 이들은 위기 때마다 똘똘 뭉쳐 때로는 암살로, 때로는 회의장에 총을 들고 들어가 협박도 하면서 반대파를 차례로 제거했다. 그나마 공부를 했던 남로당파, 연안파, 소련파, 국내파 등은 무식하고 용감한 빨치산파를 당하지 못했다. 빨치산 패거리는 전국에 정치범수용소를 만들고 정적은 물론이고 불평하는 사람과 유식한 사람들까지 모두 가둬 버렸다.
빨치산 패거리들의 세 번째 특징은 성적으로 문란했다는 것이다. 여성은 그들에게 보상과 전리품에 불과했다. 김일성부터 예외는 아니었다. 광복 후 김일성과 함께 일을 하다가 나중에 소련으로 망명한 수십 명의 전 북한 고위 관료들이 이에 대해 자세한 증언들을 남겼다. 대표적으로 북한군 작전국장을 지낸 유성철 전 중장의 수기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김일성의 여성 편력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만주와 소련을 떠돌며 엄격한 규율 속에서 생활하다 북한에 돌아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 김일성은 그동안 억제해 온 욕구를 분출하듯 여자관계가 문란했다. 김일성은 한 인민군 고급군관의 부인을 농락하고 그 군관을 소련으로 유학 보낸 일도 있으며 인민위원회 위원장을 할 때는 오찬복이란 타자수에게 키스를 하려다 뺨을 맞은 적도 있었다. 김일성은 그의 엽색 행각이 부하들 사이에서도 불만을 사게 되자 1호, 2호 등 일련번호가 붙은 비밀저택을 곳곳에 마련하고 아리따운 처녀들을 불러들여 은밀히 즐기기도 했다.”
유 전 중장의 수기에는 이런 얘기도 나온다. 김일성의 공식 부인 김성애도 안전부 부부장 김성국의 타자수였다는 것이다. 우연히 김성애를 본 김일성이 다음 날 자기 방에 타자수가 필요하다고 연락했다. 다른 수기들에도 비슷한 증언이 많은데, 금강산으로 놀러가면서 차 뒷좌석에서 여비서와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짓을 벌였다는 내용도 있다.
윗물이 이러니 아랫물이 맑을 리가 없는 법. 최측근인 최현은 강계에서 목재상의 딸을 겁탈하려다 거절당하자 “우리가 싸울 때 편히 살던 반동”이라며 목재상을 쏴 죽였다. 그가 38여단장 시절 간호사를 건드려 낳은 사생아가 최룡해이다. 최현은 처벌받을 걱정 따윈 하지 않았다.
두목부터 범죄자인데, 누가 누구를 처벌할 수 있단 말인가. 빨치산 패거리들은 1970년대 김정일이 별장을 잔뜩 지어 20대 미녀들을 비서와 간호사 명목으로 상납하자 그의 후계자 세습을 절대적으로 지지했다.
빨치산 패거리의 네 번째 특징은 조국과 민족 따윈 안중에 없었다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권력과 향락을 실컷 누리고도 모자라 대대손손 대물림하는 체제를 만들었다. 2021년 마지막 빨치산 1세가 사망했다. 김주애는 빨치산 패거리의 4세이다. 현재 북한은 빨치산 2∼4세의 세상이다. 이들은 대를 이어 ‘조국과 인민’을 입에 달고 산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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