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값 폭등’ 기사가 말하지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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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값이 정말 많이 오른 걸까.
"지금 귤값은 지난 10년 정도를 놓고 보면 농민 처지에선 당연히 받아야 할 정도예요. 그 정도는 받아야 농사가 유지됩니다. 인건비·생산비·비룟값·임대료 등은 2~3년 전과 비교해도 60~100% 올랐는데 가격은 10년 전이나 차이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물가상승률을 봐야죠. 농민도 소비자입니다.(사단법인 제주감귤연합회 자료를 보면 1㎏ 하우스 감귤 가격은 2013년 3982원에서 2022년 3861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15.8% 급등했다.) 또 이번에 귤값이 오른 건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인데, 가격이 올라야 농민 수입도 유지되죠. 소비자가격만 생각해서 정부가 가격을 때려잡겠다는 건 농민을 죽여버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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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21]
과일값이 정말 많이 오른 걸까. 대표적 겨울 과일인 귤의 가격을 보면, 2023년 2월과 견줘 2024년 2월 78.1% 올랐다.(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 “장바구니 물가 초비상”이라는 언론보도의 근거다. 범인은 이번에도 “기상이변”이다. 결말도 늘 같다. “수입 확대로 과일값을 잡겠다”는 정부 대책이 나왔다.
이 스토리텔링은 구멍이 숭숭 뚫린 엉터리다. 소비의 ‘뒷면’인 생산, 즉 비료·농약값, 인건비 등 기타 물가의 상승 상황에 소비자와 똑같이 노출된 농민 그리고 농업 이야기가 빠졌다. 농민은 생산량이 늘든지 줄든지 상관없이 늘 낮은 가격에 만족해야 할까.(2022년 농민 1인당 연간 농업소득은 949만원이다.) 농산물값을 시장에만 내맡긴 채 수십 년째 농민과 농토가 줄어드는 걸 방치해놓고 날씨 탓만 하는 정부의 태도도 영 어색하다.(2013~2023년 농지 면적은 11.6% 줄었다.) 귤농사 등 1만 평 농사를 짓는 제주 농민 채호진(제주농민회총연맹 사무처장)씨에게 연락해봤다.
—2023년 6월 제주 제2공항 문제(제1470호)로 만난 지 9개월 만입니다. 요즘 귤값이 많이 올랐다는데 형편이 나아졌습니까.“지금 귤값은 지난 10년 정도를 놓고 보면 농민 처지에선 당연히 받아야 할 정도예요. 그 정도는 받아야 농사가 유지됩니다. 인건비·생산비·비룟값·임대료 등은 2~3년 전과 비교해도 60~100% 올랐는데 가격은 10년 전이나 차이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물가상승률을 봐야죠. 농민도 소비자입니다.(사단법인 제주감귤연합회 자료를 보면 1㎏ 하우스 감귤 가격은 2013년 3982원에서 2022년 3861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15.8% 급등했다.) 또 이번에 귤값이 오른 건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인데, 가격이 올라야 농민 수입도 유지되죠. 소비자가격만 생각해서 정부가 가격을 때려잡겠다는 건 농민을 죽여버리는 거죠.”
—정부 대책을 보면 △수입농산물 관세 추가 인하 △수입농산물 직수입 확대 △농·축·수산물 판매 할인 600억원 지원 등입니다. 농민 지원은 없는데,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농민들이 꾸준히 요구하는 게 비료·농약 같은 필수농자재의 지원을 대폭 늘리는 것입니다. 농사를 더 편하고 많이 짓도록 해야 생산량이 늘어나고 소비자물가가 안정되겠죠. 이상기후 대책도 없어요. 올겨울 작물들을 보면 기온 상승 탓에 제대로 된 게 없어요. 무만 해도 2월에 수확할 게 1월에 다 커버려요.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지금 탄소를 줄이려는 실천에 적극적이지 않잖아요. 친환경 농업 확대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정부 지원은 친환경 농사를 지을 때 생산비를 조금 지원하는 게 전부예요. 농사 짓고 나면 파는 건 농민에게 알아서 하라는 식이에요. 생활협동조합이나 학교급식을 빼면 팔 데가 없어요. 소비자는 모양이 예쁜 걸 찾는데, 친환경은 그걸 맞출 수 없습니다. 판로는 없고 농사는 더 고된데 친환경 농사를 어떻게 짓겠습니까.(친환경 인증 농지 면적은 2020년 8만1827㏊에서 2022년 7만127㏊로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다.)”
—<한겨레21>이나 언론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언론에서 농산물 가격이 물가상승의 주범이라고만 쓰는 건 잘못됐죠. 근본적인 농업정책 문제는 얘기하지 않아요. 그리고 소비자지출에서 농산물 지출이 가장 큰가요? 농산물값만 문제라는 식으로 다루는 게 맞습니까?”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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