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증권 ‘증권맨 CEO 독식’ 논란…“농협 인물로 개혁해야” [한양경제]
‘신경분리’ 명분으로 10년간 특정 증권사 출신 기용
폐쇄성에 ‘농협 색깔’ 옅어져…“‘범농협’ 시너지 높여야”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강호동 NH농협중앙회 신임 회장 취임 이후 첫 금융계열사 인사가 될 NH투자증권 CEO(최고경영자) 최종 후보 선정이 임박한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 ‘특정 증권맨 출신’이 그동안 독식해 온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의 합병 뒤 특정 증권사 출신이 CEO를 연이어 맡아오면 내부 불만이 누적되는 데다, 이른바 ‘신경(신용·경제)분리’ 원칙을 명분으로 ‘범(凡)농협’이라는 일체성이 저하되고 내부 통제까지 느슨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지주 지분을 100% 보유한 농협중앙회가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며 출범한 ‘강호동 체제’로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금융계열사 CEO 선정에도 획기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최종 사장 후보 확정…26일 공식 선임
10일 농협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1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와 임시이사회를 열어 차기 사장 후보 이른바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후보 3명 중 최종 후보 1명을 확정‧발표한다.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 임추위는 최근 차기 사장 후보로 유찬형 농협중앙회 전 부회장, 윤병운 NH투자증권 IB총괄 대표,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 등 3명을 확정한 바 있다.
유 전 부회장은 농협중앙회의 ‘기획통’으로 잘 알려진 인물로 중앙회 상호금융마케팅국장, 충남지역본부장, 기획조정본부장, 농협자산관리 대표이사 등을 두루 지낸 ‘정통 농협인’이다. 요직을 거치면서 실력을 인정받아 내부 신망이 두텁고, 특히 강호동 신임 중앙회장으로부터 높은 신임을 얻어왔다는 것도 긍정 평가를 받는 요소다.
윤 대표는 1993년 NH투자증권의 전신인 LG투자증권에서 증권맨 생활을 시작해 현재 NH투자증권 IB총괄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정영채 현 사장과 약 20년 동안 손발을 맞춰온 내부 인사다.
사 전 부사장은 1998년 삼성증권에 입사한 이후 홀세일본부장, 자산관리(WM)본부장, 리테일 본부장, 채널영업부문장 등을 역임한 ‘정통 삼성맨’이다. 자산관리 외 홀세일, 기업금융, 연금 등 다양한 분야 경험이 있다.
현재 차기 사장 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는 인물은 유 전 부회장이다. 순수 증권맨 출신은 아니지만, ‘기획통’으로 NH투자증권과 농협 간 융합 및 내부 조직 다지기 등을 이끌어 낼 적임자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경분리 원칙에 따라 증권맨 출신의 전문성을 고려해 금융계열사 인사를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획일적으로 조직 수장 인사에 신경분리 원칙을 적용함에 따라 ‘범농협’이라는 색깔이 옅어지고 농협 전반의 통일성이 저하된다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 독립경영에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다른 자회사들과의 협력관계에는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며 “농협과의 공동 보조를 맞춘다는 점에서는 유 전 부회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증권은 농협과 별개?”…‘범농협’ 차원 전략 필요 지적도
그동안 증권맨 출신, 특히 ‘우리투자증권’ 출신들이 CEO를 연달아 맡은 것도 범농협권 출신 인사 기용에 무게를 싣는 이유다.
NH투자증권은 2014년 농협증권이 우리투자증권과 합병하며 출범했다. 초대 사장은 김원규 전 사장(임기 2015년 1월~2018년 3월)이 맡았고, 정영채 현 사장은 2018년 이후 6년째 CEO로 일해왔다. 김 전 사장과 정 사장은 모두 우리투자증권 출신이다.
내부적으로는 특정 증권사 출신으로 조직이 장악된 점을 문제삼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협 한 관계자는 “합병 후 10년째 특정 증권사 출신 사장만 배출되면서 인사 불만이 축적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합병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여전한 상황에서 내부 인사 불만 등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장 인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직 폐쇄성은 농협금융지주 산하 금융계열사들의 내부 비리 등 금융사고 발생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불건전 영업 행위 관련으로 금융감독원 검사를 받았다. 또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옵티먼스 상품을 판 것과 관련해 금감원의 기관 경고 및 과태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무엇보다 17년 만에 직선제 선거를 통해 당선된 신임 농협중앙회장 체제가 시작된 금융계열사 첫 주요 인사인 만큼 ‘범농협 차원의 시너지를 높인다’는 전략적인 사고가 CEO 인사에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강 신임 중앙회장은 지난 7일 4년 임기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강조하며 ‘농민의 농협’을 주요 경영 가치로 내세운 바 있다. 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농협 금융계열사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내부적으로는 신경분리라는 원칙을 존중하지만 ‘금융계열사들이 농협의 정체성이나 이념을 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NH투자증권이 출범한 지 약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만큼 농협 출신이 사장으로 기용돼 농협 내부의 시너지나 통일성을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gun2023@hanyangeconomy.com
이창원 기자 mediaeco@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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