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만 남은 10세 소년, 가자 기아 문제 알린 후 끝내 숨져
푹 꺼진 눈에 움푹 팬 볼, 날카롭게 튀어나온 턱. 야윈 팔에 꽂혀있는 주삿바늘. 초점을 잃은 눈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 가자지구의 기근 문제를 알린 사진 속 소년이 끝내 숨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소년의 이름은 야잔 카파르네(10), 어릴 적부터 뇌성마비를 앓았다. 전쟁이 터지기 전에는 비영리단체에서 파견한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았다. 약을 먹고 자택치료를 병행하면서 야잔의 상태도 나아졌다. 걷진 못 해도 수영은 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다고 한다. 식단도 신경 써야 했다. 아버지는 음식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 계란, 바나나 등의 부드러운 음식을 먹였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이스라엘이 보복 대응에 나서면서 상황이 변했다. 피란길에 오르면서 부드러운 고영양식을 섭취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야잔은 남들보다 면역력이 약한 탓에 비위생적 대피소에 계속 머물 수 없어 수차례 거처를 옮겨야 했다.
야잔의 가족은 지난 2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의 알아우다 병원에 도착했다. 그러나 야잔은 영양실조로 면역력이 약해진 상황이었다. 이곳 병원에서도 영양분은 제대로 공급되지 못했고, 호흡기 감염과 뇌성마비 투병 끝에 결국 숨을 거뒀다.
이 병원에서 입원 중 찍혔던 사진은 건강했을 당시의 사진과 함께 소셜미디어 등에서 확산했고, 가자지구의 열악한 식량 상황과 기아 문제를 세상에 알렸다.
구호단체인 기아대책행동의 헤더 스토보 박사는 NYT에 “어린이가 극심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결국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영양실조가 아니었다면 아이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고립된 가자지구는 기근 위기에 처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가자지구 보건부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어린이와 노인 등 20명이 굶주림과 탈수를 겪으며 사망했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가자지구 북부의 2세 미만 아동 중 약 15%, 남부는 5%가 급성 영양실조 상태라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육로를 통한 가자지구 진입이 어려워지자, 국제사회는 식량과 의료용품 등 구호품을 공중에서 떨어뜨리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공중투하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드는 데 비해 충분한 물량을 전달하기에 어렵고 낙하산이 잘못 떨어질 경우 지상에 있는 사람과 충돌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유엔은 육로 운송을 정상화해야 대규모 구호품 이송이 가능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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