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농산물 가격, 식료품까지 끌어올려…물가 잡기 ‘비상등’
물가상승률 2%대 달성 어려울 듯…한은 ‘금리 정책’에도 변수로
농산물 가격 고공 행진이 3월에도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오른 농산물 가격은 식료품·외식 가격을 연쇄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아 정부가 내세운 올 상반기 2%대 물가상승률 조기 달성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정책에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 ‘농업관측 3월호’에 따르면, 이달 딸기와 참외 등 과일과 토마토, 대파, 배추 등 채소 가격이 전년 대비 10%에서 크게는 50% 이상 뛸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를 보면 도매가격 기준 이달 토마토 가격은 5㎏당 2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43.9%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대추방울토마토는 3㎏당 2만4000원으로 11.2% 상승하고, 딸기(2㎏)와 참외(10㎏)도 17.7%, 5.1%씩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농경연은 대파(50.5%)와 배추(36.8%), 파프리카(14.9%), 애호박(29.5%), 취청오이(37.6%) 등 농산물 물가 전반이 이달에도 큰 폭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농경연은 작황 부진으로 출하량이 줄어 과채류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토마토와 대추방울토마토는 생육기(1~2월)에 일조시간이 부족해 착과율(열매가 달리는 비율)이 낮아지고 병해가 늘었다. 딸기와 참외, 파프리카나 취청오이 역시 잦은 비와 일조시간 부족 등 기상 여건 악화 탓에 작황이 부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면 새 과실을 수확하기 전까지는 1년 내내 높은 가격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몇달간은 높은 상승률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높은 사과와 배 가격 상승률을 언급하며 “햇과일 출하 전까지 가격 강세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올 상반기 중 물가상승률을 2%대 수준으로 낮추겠다던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정부는 지난 1월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첫 번째 목표로 상반기 2%대 물가상승률 조기 달성을 공언했지만,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정부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이달과 다음달 농축수산물 가격 할인 지원에 역대 최대 수준인 6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오히려 할인 지원이 수요를 자극해 물가를 더 올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식료품과 외식 가격 역시 연쇄적으로 오르는 것이 불가피해 물가가 향후 더 큰 폭으로 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2월 식료품 물가지수는 1년 새 6.7% 올라 1~2월 기준으로는 2021년(8.3%) 이후 3년 만에 가장 크게 뛰었다.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 11월 대선을 앞두고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한·미 간 기준금리 차를 유지해야 하는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수도 있지만, 물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질 경우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한은은 지난달 발간한 ‘최근 한국·미국·유로지역의 디스인플레이션 흐름 평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높은 농산물 가격과 누적된 비용 압력 등이 물가 둔화 흐름을 더디게 할 수 있다”며 “‘라스트 마일(마지막 단계)’에서의 물가 둔화 속도는 각국의 통화 긴축기조 전환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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