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구 ‘허리띠’ 졸라맬 때 농어촌은 ‘등골’ 휘었다
고물가·이상기후 영향에 ‘이중고’
고물가 여파로 지난해 가계 소득과 지출 규모가 이례적으로 줄어든 가운데, 특히 농어촌 등 비도시 지역의 소득과 지출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에 더해 지난해 집중호우에 따른 작황 부진 등 기후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농어촌 가계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 전국 도시가구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1.3%로 전체 가구의 증가율(0.5%)을 웃돌았다. 5분기 만에 감소로 돌아선 실질 근로소득의 감소폭은 도시가구(-1.3%)가 전체 가구(-1.9%)보다 작았다. 사업소득의 경우 도시가구는 0.9% 증가한 반면 전체 가구는 1.7% 감소했다.
도시가구는 기초 행정구역 단위인 읍면동 가운데 동지역에 거주하는 가구를 말한다. 농어촌 지역을 포함한 전체 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도시가구 소득 증가율에 못 미쳤다는 것은 특히 농어촌 지역 소득 증가율이 평균보다 낮았다는 의미다.
지난해 4분기는 고물가 탓에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 동반 감소하는 등 가구 소득이 이례적으로 위축됐다. 그중에서도 비도시 지역의 가구 소득이 더 크게 쪼그라든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여름철 닥친 집중호우와 이후 이어진 이상저온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농가 소득이 크게 감소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기록적인 호우 탓에 작황 부진으로 3분기 농가 소득이 크게 나빠진 것이 4분기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쪼그라든 농가 소득은 농촌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4분기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가계지출 증가율은 전체 가구는 1.7%로 집계된 반면 도시가구는 2.8%로 나타났다. 비도시 지역의 지출 증가율은 전체 평균인 1.7%에도 못 미쳤다는 뜻이다. 품목별로는 도시가구의 실질 보건지출 증가율이 10.9%로 전체 가구(7.4%)보다 높았고, 교통(6.0%) 및 기타 상품·서비스 지출(3.4%)도 도시가구가 전국 평균(각각 3.0%, 1.5%)을 웃돌았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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