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안전’ 빼고 빠르게 가자는 정부·여당
야당 반대 넘어야 국회 통과…‘구조안전성’ 비중 완화도 추진
여당이 재건축 실시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인 ‘재건축안전진단’ 명칭을 ‘재건축진단’으로 바꾸는 내용의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제도 도입 30년 만에 명칭이 바뀐다.
또 정부는 안전진단 평가 항목에서 차지하는 ‘구조안전성’ 비중도 1년 만에 다시 낮출 예정이다. 주민 의사에 따라 도심에 신축 주택을 속도감 있게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지만, 안전진단 제도가 무력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9일 안전진단 제도의 명칭과 절차 등을 바꾸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정부가 지난 1월10일 발표한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안을 담았다. 재건축안전진단의 명칭을 재건축진단으로 변경하고, 시장·군수 등이 ‘사업시행계획 인가’ 전까지 재건축진단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에도 조합 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고, 추진위는 정비계획 입안 요청이나 제안이 가능해진다.
현재는 통상 1년 정도 소요되는 재건축안전진단에서 위험성이 인정돼야 입안 제안, 정비구역 지정·정비계획 수립, 추진위 구성, 조합 신청·설립, 사업 인가 등이 차례대로 이뤄질 수 있다. 앞으로는 사업 인가 전에 안전진단을 받으면 되고, 추진위와 조합도 미리 만들 수 있다. 기존에는 추진위와 조합 없이 안전진단을 하다 보니 수억원의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가 누구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준공 30년 이상 된 아파트는 안전진단 통과 전에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진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사업 기간이 3년 정도 단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정적이어서 오는 5월29일에 끝나는 21대 국회에서 법률 개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국토부는 국회 동의 없이 할 수 있는 안전진단 제도의 구조안전성 비중 완화도 추진하고 있다. 2003년에 제정된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 항목은 구조안전성, 주거환경, 비용편익, 설비노후도이다. 현재 비중은 각각 30%, 30%, 30%, 10%이다.
콘크리트 골조 등 구조안전성 비중은 2003년 45%, 2006년 50%에서 2015년 20%로 낮아졌다가 2018년에 다시 50%로 높아졌다. 주차환경, 소음 등과 관련된 주거환경 비중은 2015년 40%에서 2018년 15%로 낮아졌다. 설비노후도는 30%에서 2018년 25%로 낮아졌다.
현 정부는 지난해 1월 구조안전성 비중은 낮추고 주거환경과 설비노후도는 높였는데 이를 추가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안전진단은 당초 재건축을 억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였다”며 “주택공급을 늘려야 하는 현시점에서 개선이 필요하고 재산권 침해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공사비 상승 등으로 재건축 효과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정책적 효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안전진단 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것”이라며 “아파트가 30년만 지나면 재건축이 가능해지게 된다면 불량 건축물이 들어설 가능성이 크고 결국 주거 안전성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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