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이라도 바랐건만…라마단 전 휴전 무산

이·하마스, 협상 접점 못찾아…중재안 나왔지만 불발
바이든, 네타냐후 겨냥 “이스라엘에 해 끼쳐” 직격탄

이슬람 금식 성월 라마단이 10일 밤(현지시간) 시작되는 가운데 국제사회가 총력전을 펼쳤던 ‘라마단 시작 전 휴전’이 사실상 무산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자 일각에선 라마단 기간 최악의 충돌을 막기 위해 ‘이틀 휴전’을 강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라마단 시작 전까지 최소 6주간의 휴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대화는 교착상태에 빠지고 말았다”고 전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라마단 시작 전 합의를 강조하며 여러 차례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다. 하지만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와 북부 주민들의 귀환 등을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고, 이스라엘은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면서 라마단 전 휴전은 물 건너간 모습이다.

분위기는 오히려 더 험악해지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은 견해차를 좁히고 합의를 하기 위해 중재자들과 계속 연락하고 있지만 하마스는 이에 관심이 없다”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희생시켜 라마단 기간 다시 갈등을 조장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는 “팔레스타인 자유와 독립을 다시 얻을 때까지 이스라엘과 계속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지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최소 82명이 숨졌고 12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특히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선 이스라엘군 미사일 공격으로 어린이가 다수 사망했다.

라마단 전 휴전이 어그러지자 국제사회 압박 강도는 더욱 거세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MSNBC 인터뷰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겨냥해 “이스라엘을 돕기보다는 해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를 외면하는 행위는 큰 실수”라며 “나는 라마단 기간 휴전 협상 타결을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카타르 당국은 하마스가 계속 휴전 협상에 어깃장을 놓으면 카타르에 체류 중인 하니예 등 하마스 고위 인사들을 추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라마단 기간 양측의 정면충돌을 막으려는 국제사회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WSJ는 “중재에 참여한 아랍 협상가들이 훨씬 짧은 휴전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라마단이 시작될 때 이틀간 전투를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6주간의 휴전,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1 대 4 비율로 맞교환하는 방안이 난관에 부딪히자 아랍권에서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하자는 의미로 ‘이틀 휴전’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