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의혹 피의자’ 이종섭 전 장관, 출국금지 해제 이틀 만에 출국
야당 “대통령 직권 남용”…이준석 “공정·상식 어딨나”
채모 해병대 상병순직 사건 관련 외압 의혹의 한가운데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10일 주호주대사 내정자 자격으로 출국했다. 법무부가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한 지 이틀 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장관이 가야 할 곳은 호주가 아니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라고 반발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호주 브리즈번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날 낮부터 공항 출국장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지만 결국 이 전 장관은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훨씬 이른 시간 공항에 도착해 보안 구역에 머무르다가 탑승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외교부는 이 사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를 고려해 이 전 장관이 출국한 다음에는 출국 사실을 기자단에 공지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날 외교부 내부 반발을 이유로 “출국 일정에 대해 관행에 따라 확인해 드리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달라”고 입장을 바꿨다. 이 전 장관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최대한 외면하는 것이 정무적으로 낫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출국 금지 조치됐던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보내면서까지 채 상병 순직 관련 외압 의혹 수사에서 힘을 빼려고 한다는 비판은 여전히 거세다. 이 전 장관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및 경찰 이첩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지난해 공수처에 고발당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지난 4일 이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인선을 발표했다.
이후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와 출국은 모두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지난 6일에는 공수처가 지난 1월 이 전 장관에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최근까지 기간을 연장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공수처는 지난 7일 이 전 장관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법무부는 8일 수사기관인 공수처의 반대에도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이 전 장관은 이틀 만인 이날 한국을 떠났다.
제22대 총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야당은 이 전 장관출국을 총선 주요 쟁점으로 끌고갈 것으로 보인다.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 20여 명은 ‘윤석열 방탄! 범죄은닉 범인도피’ ‘피의자 이종섭 어딜 도망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인천공항을 찾았다. 홍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주요 피의자 신분인 이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해 해외 도피를 강행했다. 이는 명백한 수사 방해이고 주요 피의자를 국가 기관이 공권력을 동원해 해외로 도피시키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이러한 행태는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전 장관이 가야 할 곳은 호주가 아니라 공수처”라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 편이면 출국금지도 무력화시키는 이런 행태에 공정은 어디있으며 상식은 어디있나”라며 “박정훈 대령은 제복군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는데 상관이었던 국방부 장관이 수사를 회피해 출국한다면 대한민국 국군 장병 중 누가 상관을 신뢰하고 나라를 지키는 일에 매진하겠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국익을 내세우며 엄호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 대사의 출국은 공직자로서 공무수행을 위한 것”이라면서 “민주당이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기회로 삼고 반등을 위한 정쟁거리 불쏘시개로 사용하려 한다면 큰 착각”이라고 사안의 정치 쟁점화를 경계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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