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문과침공’ 29% 역대 최고… “2024년도 교차지원 추세 지속”

김유나 2024. 3. 1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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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업체 2024 정시 점수 분석 결과
통합수능 도입 이후 해마다 증가세
문과지원자 중 과탐응시 2만4187명
과탐 유리한 고대 47%→59% 증가
성균관대도 24%서 58%로 급증해
의대 증원으로 이과 소신지원 늘며
서울대 교차지원 비율은 8%P ‘뚝’
일부 大 ‘사탐 가산점’ 부여 변수될 듯

2022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문·이과 구분 없는 통합수능으로 치러지고 있지만, 입시 현장에서 여전히 문·이과 구분은 존재한다. 입시업계에서는 통상 수학 선택과목 중 ‘미적분’이나 ‘기하’를, 탐구영역에선 과학탐구를 선택한 학생을 자연계열에 진학하려는 이과생으로, 수학 ‘확률과통계’와 사회탐구를 선택한 학생은 인문계열 진학을 준비하는 문과생으로 본다.

과거 수능 수학은 문·이과가 ‘가’형과 ‘나’형으로 나눠 시험을 보고 등급도 각자 산정했지만, 통합수능 수학은 어떤 과목을 선택하든 상관없이 모두 합쳐서 등급을 매긴다. 또 난도가 높은 시험은 표준점수가 올라가는 구조여서 시험마다 미적분·기하의 표준점수가 확률과통계보다 높다. 상대적으로 수학에 친숙해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소위 이과생이 표준점수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연계열을 준비했던 이과 수험생들이 높은 표준점수를 가지고 인문계열 학과에 진학하는 교차지원이 늘어나는 추세다. ‘문과침공’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실제 입시업체 진학사가 자사의 정시 점수공개 서비스를 분석한 결과 정시에서 인문계열로 교차지원한 자연계열 수험생 비율이 통합수능 도입 후 3년 연속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계열 교차지원 3년 연속 증가

10일 진학사에 따르면 2024학년도에 진학사 점수공개 서비스를 이용한 인문계열 모집단위 지원 수험생 8만4647명 중 과학탐구 응시자는 28.6%(2만4187명)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27.0%)보다 1.6%포인트, 2022학년도(25.9%)보다는 2.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진학사는 결과 분석 시 과학탐구 응시자를 자연계열 수험생으로 봤다. 인문계열이지만 높은 표준점수를 받기 위해 전략적으로 수학에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응시하는 수험생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위권 대학의 경우 이런 교차지원 비율은 더욱 높다. 자연계열 수험생이 인문계열 학과로 진학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연계열에서 갈 수 있는 대학보다 합격선이 높은 대학에 진학하려는 것인 만큼 상위권 대학에서 교차지원이 더욱 활발하게 일어난다.

예를 들어 A대학과 상대적으로 합격선이 낮은 B대학이 있을 때, 자연계열 학과 지원 시 B대학에만 지원할 수 있는 수험생도 인문계열로 지원한다면 A대학까지 지원이 가능해지는 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서울 주요 대학의 경우 인문계열 학과 합격생의 절반 이상이 자연계열 수험생인 상황이다. 한때 이 비율이 70%가 넘어가는 대학도 있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자연계열을 준비했던 수험생들은 인문계열로 학과를 바꾸면 학교 ‘급’이 달라진다고들 얘기한다”며 “적성보다는 일단 학교 이름만 보고 인문계열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고대 교차지원 증가…서울대·연대는 감소

다만 서울 주요 대학 중 일부는 전년보다는 교차지원 비율이 줄어드는 추세다. 상위권 학생이 주로 진학하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경우 고려대만 교차지원이 전년보다 늘고, 서울대·연세대는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학사에 따르면 서울대 인문계열 모집단위 지원자 중 자연계열 수험생 비중은 46.6%로, 전년(54.4%)보다 7.8%포인트나 줄었다. 2023학년도에 교차지원 비율이 전년보다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진학사는 “서울대는 자연계열 과탐Ⅱ 필수 응시 조건이 폐지되면서 자연계열 지원 가능한 수험생이 증가한 데다가, 의대 모집 정원 확대 이슈 등으로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교차지원보다는 상향·소신지원을 택한 경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세대도 교차지원 비율이 2023학년도 67.3%에서 2024학년도 53.1%로 감소했다. 반면 고려대는 같은 기간 46.7%에서 59.3%로 증가했다. 진학사는 탐구영역 변환표준점수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연세대는 2024학년도 정시에서 사회탐구, 과학탐구 구분 없이 통합 변환표준점수를 활용한 반면 고려대는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에 각기 다른 변환표준점수를 적용해 과학탐구 응시자가 사회탐구 응시자보다 조금 더 높은 점수를 가져갔다는 것이다.

진학사는 “탐구영역 반영 비율도 고려대가 28.6%로 연세대(16.7%)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아 고려대에서 자연계열 학생들의 교차지원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24%→58%로 급증

서울 주요 대학 중 변화가 가장 큰 곳은 성균관대다. 성균관대는 통합수능 도입 후에도 교차지원 비율이 2022학년도 27%, 2023학년도 23.5% 수준에 그쳤는데 2024학년도에는 57.9%로 급증했다. 진학사는 성균관대 역시 변환표준점수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했다. 통합수능 초기에는 탐구영역의 변환표준점수를 사회탐구에 더 높게 책정해 자연계열 학생들의 교차지원이 적었지만, 2024학년도에는 과학탐구의 변환표준점수를 더 높게 적용해 교차지원이 유리하다고 느낀 자연계열 수험생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서강대와 한양대는 과학탐구 응시자가 인문계열에 지원할 경우 사회탐구 변환표준점수를 적용한다. 서강대와 한양대는 교차지원 비율이 61.3%, 41.7%로 전년(74.6%, 61.5%)보다 줄었다. 다만 비율이 높아 교차지원 절대량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선호도가 높은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수험생의 심리가 바뀌지 않는 한 2025학년도에도 교차지원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우 소장은 이어 “다만 2025학년도 정시에선 경희대, 연세대 등 일부 대학에서 인문계열 지원자 중 사회탐구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해 교차지원 양상에 다소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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