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해마다 증가하는 ‘보복범죄’… 피해자 안전 대책 태부족

허시언 기자 2024. 3. 1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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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범죄 70% 수사 초기에 발생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대책 부족
보복범죄 우려로 신고 꺼리기도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시흥동 교제 살인 사건’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 ‘부산 멍키스패너 사건’ 등 이름만 들어도 “아 그때 그 사건?”이라는 반응이 바로 나올 정도로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들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보복범죄’라는 것입니다. 교제폭력, 스토킹, 가정폭력 같은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범죄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피해자가 가해자의 보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책이 부족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어요.

지난 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하나가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요. ‘부산 멍키스패너 사건’ 피해자의 언니가 게시한 글이었습니다. 피해자의 언니는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가 15년을 선고했습니다. (가해자가) 출소 후 앙심을 품고 보복성 범행을 저지를까 두렵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소했습니다.

부산 멍키스패너 사건은 지난해 3월 2일 발생했습니다. 사건은 피해자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집착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스토킹을 한 가해자가 경찰에 신고를 당해 조사를 받게 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르며 시작됐죠. 가해자의 행동에 위협을 느낀 피해자가 3차례나 경찰에 신고해 이미 접근금지명령까지 떨어진 뒤였지만 가해자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찾아가 둔기로 머리를 가격했고, 흉기로 수차례 찔렀습니다. 피해자는 간신히 죽음의 고비를 넘겼습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가해자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전자발찌는 기각됐죠.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은 이미 한 차례 보복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출소 후 또다시 보복성으로 범행을 저지를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전형적인 보복범죄의 성향을 띠고 있습니다. 보복범죄란 형사사건 수사나 재판과 관련해 고소·고발, 수사 단서 제공·진술 등에 대한 보복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범죄를 말합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보복범죄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총 1715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보복범죄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데 ▷2018년 268건 ▷2019년 294건 ▷2020년 298건 ▷2021년 434건 ▷2022년 421건 등으로 하루에 한 건 이상 발생하는 셈입니다.

보복범죄의 70%는 수사 초기에 발생합니다. 경찰에 체포된 가해자가 조사를 받고 석방된 직후나 법정 구속되지 않고 불구속 상태로 피의자 조사를 마친 뒤 격분한 가해자가 무방비 상태인 피해자를 찾아가 범행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교제폭력이나 스토킹 같은 친밀한 사이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 집이나 직장, 가족 등 신상정보를 알고 있는 만큼 보복 우려가 매우 큽니다. 하지만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조치인 구속 수사율은 지난해 기준 1~3%대에 불과합니다.

백석대 김상균(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보복범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구속 수사입니다. 신변을 구속해버리면 범죄를 확실하게 막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구속 사유에는 ‘보복범죄 우려’가 포함되지 않습니다. 도주 우려, 증거인멸 우려, 강력 범죄 여부 등의 이유라면 구속이 가능하지만 스토킹이나 교제폭력 같은 중형의 범죄가 아닌 사건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김 교수는 실무적으로는 피해자에게 해를 가할 우려도 고려하려고 노력하지만, 보통의 경우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진행한다고 전했습니다.

보복범죄 우려는 범죄 신고 자체를 꺼리는 상황까지 이어집니다. 2022년 한국형사정책·법무연구원의 설문 결과, 폭력 범죄(강도·폭행·성폭력·스토킹 등) 사건 피해자 중 ‘보복이 두려워’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10%에 달했습니다. 범죄는 또 다른 범죄를 낳습니다. 스토킹·교제폭력 같은 범죄를 차단해야 살인·살인미수와 같은 중범죄도 차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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