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시력 도둑’ 녹내장… 안압 조절이 관건
초·중기 증상 거의 없어 인지 어려워
안압 높아지면서 시신경 손상 유발
시야 점점 좁아지다 실명 이를 수도
2022년 환자수 111만… 12년새 2.5배 ↑
엎드려 자기·관악기 연주 등 피해야
‘소리 없는 시력 도둑’. 녹내장을 이르는 말이다. 초·중기까지 증상이 없는데 이후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녹내장은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과 함께 ‘3대 실명 질환’으로 불린다.
녹내장은 시야가 뿌옇게 변하거나 눈이 흐려지는 증상이 없다. 주변부부터 서서히 시야가 좁아지는 것이 증상인데, 이런 증상을 인지할 정도이면 많은 경우 중기 이후다. 녹내장이라고 시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녹내장이라도 시력이 1.0 정도로 좋으면 사물을 보는 데 지장이 없어 시야가 완전히 좁아지기까지 모른 채 넘어갈 수 있다.
눈 안쪽에 위치한 망막에는 시신경이 분포, 망막에 맺힌 상을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시신경에 이상이 생겨 시야가 점점 좁아지다가 실명에 이르는 것이 녹내장이다.
녹내장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2010년 44만958명이던 녹내장 환자 수는 2022년 111만2165명으로 2.5배로나 증가했다. 이 중 20∼30대의 비중도 11만명(2022년 기준)으로 10.5%를 차지했다. 녹내장 환자 수의 증가는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인구 증가와 건강검진을 통한 발견, 젊은층의 경우 고도근시 등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종진 전문의는 “고도근시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안구 길이가 길어지게 되는데, 안구 길이가 길어지면 안구에 연결되어 있는 시신경을 지지하고 있는 구조물들의 두께가 얇아지고 압력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약해져 녹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녹내장은 ‘안압 조절’이 가장 중요한 치료다. 정종진 전문의는 “녹내장은 방치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고 이미 진행되면 이전으로 상태를 되돌릴 수는 없다. 완치가 없는 만큼 안압 조절을 통해 진행을 늦추는 것이 최선”이라며 “안압 조절만 잘돼도 녹내장이 악화할 위험이 현저히 줄어드는 만큼 ‘실명’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생활 속에서 안압을 높이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가벼운 조깅,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은 도움이 되지만 물구나무서기나 ‘거꾸리’ 등 머리가 아래로 향하는 자세는 피하는 것이 좋다. 사소하지만 수면 자세도 영향을 준다. 엎드려서 눈을 누르거나 한쪽 옆으로 누운 자세는 눈의 안압을 높이는 만큼 가능한 바른 자세로 누워 자는 것을 권한다. 트럼펫, 색소폰 같은 관악기 사용은 안압 상승의 위험이 있는 만큼 취미로 잠깐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장시간 연주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음주·흡연 역시 유의해야 한다. 흡연은 저산소증을 유발해 장기적으로 시신경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녹내장으로 진단받았다면 금연해야 한다.
정종진 전문의는 “녹내장은 안약을 눈에 점안하는 약물치료를 주로 시행하지만, 안압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안압이 잘 조절되더라도 시야가 나빠지는 증상이 지속하면 레이저 치료 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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