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 MC 김신영 마지막 녹화 무대에 몰려온 관객들…“기쁨 줘 감사, 다시 돌아오길”
지난 9일 오후 인천 서구 인재개발원 운동장에 설치된 무대에서 11세와 41세의 ‘키 재기’가 벌어졌다. 한국방송공사(KBS) <전국노래자랑> 진행자(MC) 김신영씨(41)는 “5학년 학생, 저랑 키 재고 싶다고요?”라면서 허리를 굽힌 채로 A양(11)에게 다가갔다. 김씨는 A양에게 “울면 안 돼요. 생각보다 진짜 커요”라면서 굽힌 허리를 쭉 폈다. 결과는 A양의 승리. 김씨는 자신보다 키가 큰 A양에게 “12년 살았죠? 저는 42년을 살았어요. 오늘 두꺼운 양말을 안 신었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빈 좌석이 없어 근처 언덕 위에서 지켜보던 노윤철씨(71)는 김씨에 관해 “항상 같이 어울려서 놀고, 노래도 하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
이날은 김씨가 <전국노래자랑> MC로 무대에 서는 마지막 녹화 날이었다. KBS는 MC 교체 이유로 ‘시청자 민원을 통해 프로그램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 등을 들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인천서구문화재단은 좌석을 2000개 준비했지만 4000여명이 찾아온 것으로 추산했다. 늦게 온 시민들은 좌석에 앉은 관객을 ‘ㄷ’자 모양으로 둘러싸고 서서 무대를 지켜봤다. 운동장 담장 바깥쪽이나 운동장 우측 언덕 위 같이 조금 높은 곳에서 무대를 즐기는 이들도 많았다.
경향신문이 현장에서 인터뷰한 시민 10여명은 모두 ‘김신영 MC 교체가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손주들과 함께 온 서용석씨(63)도 “처음에는 어색하다가 잘 배워서 더 나아지고 있는 게 눈에 보였는데 갑자기 교체돼버렸다”고 했다.
남편·자녀와 함께 온 김미옥씨(50)도 “딸이 김씨가 교체됐다고 알려줘서 이미 바뀐 줄 알고 왔는데 볼 수 있게 됐다”면서 “4~5년은 본 뒤 평가했어야 하는데 맡은 기간이 너무 짧아서 서운하다”고 말했다.
김씨의 MC 교체 소식을 듣고 일부러 찾아온 시민들도 있었다. 또래 직장 동료와 온 변광일씨(29)는 “3~4일 전에 김씨 교체 소식을 확인하고 <전국노래자랑>을 검색하다 보니 우리 동네여서, 마지막이니까 보러오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KBS는 지난 4일 ‘김신영 MC 교체’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청원에 답하며 2022년 10월부터 지난 3일까지 전화, e메일로 들어온 시청자 의견이 불만 616건, 칭찬 38건이었다면서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라고 했다. 김씨가 진행을 맡았던 1년5개월간 평균 시청률이 수도권 기준 4.9%로 떨어진 점도 언급하며 “타개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요양원 관리자로 일하는 김명애씨(59)는 “요양원 어르신들은 다들 김씨를 보고 예쁘다고 얼마나 관심을 많이 두고 보시는지 모른다”라며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그 자리에 누가 와도 긍정적인 부분을 안 보고 불만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미씨(39)는 “불만 메일 616건은 전국 시청자 중에서 많은 숫자도 아니고, 근거를 만들어내려고 한 것 같다”며 “김씨에게도 안티가 있을 테고, 이를 MC 교체의 근거로 드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국노래자랑>의 최연소 여성 MC가 교체되는 데에 대해 아쉬워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어머니, 조카와 함께 현장을 찾은 김은중씨(30)는 “전임자가 워낙 오래 했으니 시청자들의 취향도 그에 맞춰져 있었을 텐데 1년5개월 만에 시청자 불만을 이유로 MC를 교체한 건 성급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주미씨(39)는 “부담스러운 자리를 김씨가 기꺼이 맡았던 것인데 갑자기 교체된다고 하니 젊은 여성 MC라서 빨리 교체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무대가 끝나고, 양손을 흔들며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김씨에게 “김신영 수고 많았다”라고 거듭 외치던 황석원씨(55)는 기자에게 “나이가 아직 젊으니 나중에 또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할 수 있지 않겠냐”라며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무대를 마무리하는 노래는 가수 김원준의 ‘Show(쇼)’였다. “Show, 끝은 없는 거야 지금 순간만 있는 거야. 난 주인공인 거야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라는 가사가 김신영의 마지막 <전국노래자랑> 녹화 무대에 울려 퍼졌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해를 품은 달’ 배우 송재림 숨진 채 발견
- 한동훈 대표와 가족 명의로 수백건…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의 정체는?
- [스경X이슈] 반성문 소용無, ‘3아웃’ 박상민도 집유인데 김호중은 실형··· ‘괘씸죄’ 통했다
- ‘훼손 시신’ 북한강 유기범은 ‘양광준’···경찰, 신상정보 공개
- [속보]‘뺑소니’ 김호중, 1심서 징역 2년6개월 선고···“죄책감 가졌나 의문”
- 안철수 “한동훈 특검 일언반구가 없어···입장 밝혀야”
- [단독] 법률전문가들, ‘윤 대통령 의혹 불기소’ 유엔에 긴급개입 요청
- 트럼프, CIA 국장에 ‘충성파’ 존 랫클리프 전 DNI 국장 발탁
- [영상]“유성 아니다”…스타링크 위성 추정 물체 추락에 ‘웅성웅성’
- 가장 ‘작은 아기’가 쓴 가장 ‘큰 기적’…지난 4월 ‘국내 최소’ 260g으로 태어난 ‘예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