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종섭 호주대사 출국 강행, 이 난맥의 총체 밝혀야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10일 현지 부임을 위해 출국했다. ‘수사 방해’ ‘범죄인 도피’라는 들끓는 여론에도 아랑곳없이 이 대사를 기어이 내보낸 것이다. 올해 1월 초 이 대사를 출국금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그 사실이 알려진 뒤 지난 7일 부랴부랴 4시간짜리 면피성 약식조사를 했고, 8일 법무부는 그 조사를 명분 삼아 이 대사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 대사 임명, 공수처 약식조사, 법무부 출금해제, 이 대사 출국까지 엿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속전속결식 출국을 위해 법무부·외교부가 앞장서고 공수처는 거들었다. 의혹투성이 대사 피의자를 이렇게 서둘러 내보내려는 배경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실까지 거론되는 ‘수사 외압’ 의혹도 중차대하지만, 그 후 정부의 은폐·축소 행태는 그 자체로 총체적 국정난맥이라고 할 만하다. 전직 국방부 장관인 이 대사는 대통령실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이자 외압 의혹 당사자다. 윤 대통령은 그런 사람을 호주대사에 임명했다. 이 대사가 출금된 사실이 알려지자 대통령실은 출금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출금을 담당하는 곳도,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을 하는 곳도 법무부다. 논란 속 인물인 이 대사를 법무부가 검증하면서 가장 기초적인 출금 사실을 몰랐다는 건가, 알면서 대통령실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법무부의 심각한 무능·직무유기이거나 대통령실의 거짓 해명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대사의 출금이 알려진 뒤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대사의 아그레망(당사국 동의)을 미리 받아놓고 외교관 여권까지 발급한 외교부는 이 대사 부임 일정을 사전에 알리지도 않고 이날 내보냈다. 범죄 혐의를 받는 대사가 이렇게 야반도주하듯 부임하는 것 자체가 국격 추락이요, 외교적 망신이다. 이런 사람이 당당하게 나라를 대표해 국익을 챙길 수 있겠는가. 윤석열 정부 국정의 불통·밀실·무능·무책임이 이 건 하나에 집약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사 임명·출국은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사건으로 비화했다. 지척거리는 공수처가 진실을 내놓지 못하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밝혀야 할 국민적 의혹이 됐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이 대사 출금을 대통령실에 보고했는지, 보고하지 않았다면 왜 그랬는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젊은 해병대원의 억울한 죽음을 권력형 사건으로 키우는 것은 윤 대통령이다. 진실 규명을 덮으려고 할수록 의혹·파장이 커진다는 걸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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