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거림도 흔들림도 없는 프리미엄 질주…차 좀 안다는 ‘선수’들이 선택[시승기 | 기아 K9]

집 앞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저가 와인이 깜짝 놀랄 만큼 감칠맛이 나는 횡재를 할 때가 있다. 기아 플래그십 세단 K9도 비슷한 경험을 선사한다. 가격은 합리적이지만 성능은 프리미엄 브랜드와 대등하거나 웃돈다는 평가가 많다.
K9은 기아의 자동차 제조 기술력을 모두 갈아 넣은 모델이다. 고급 세단이 갖춰야 할 첨단 기능과 편의·안전장치들이 가득하다. 자동차의 완성도는 보닛 아래 숨어 있다. 엔진과 트랜스미션, 서스펜션 등 보닛 공간을 채우는 주요 장치들의 레이아웃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차는 달려보지 않아도 성능을 가늠할 수 있다. K9 엔진룸 속 장치와 부품 배치는 현대식 빌딩의 모던한 인테리어처럼 산뜻하고 규율적이다.
엔진 룸 중앙에는 2개의 스트럿바가 단단히 움켜쥔 K9의 심장, 3.3ℓ 가솔린 6기통 터보엔진과 변속기가 자리하고 있다.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m의 힘을 내는 이 엔진은 G80 등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대부분의 모델에 얹히며 성능 검증을 끝냈다.

K9은 2t 안팎의 덩치를 가졌지만 주행 때 머뭇거리지 않는다. 액셀러레이터를 살짝만 까딱여도 엔진 크랭크가 지체 없이 반응하고, rpm(분당 엔진회전 수) 게이지가 치솟는다. 드라이브 샤프트를 통해 전달된 구동력은 후륜에 묵직하게 전달되고, 기품있지만 맛깔난 초반 가속을 선사한다. 휠 스핀을 만들지는 않지만 듣기 좋은 엔진음을 뒤로 흘리며 빠르게 속도를 붙인다. 변속은 실키하다. 샤르도네로 빚은 훌륭한 빈티지의 화이트와인처럼 매끄럽다. 찰나에 최고단인 8단에 안착한다.
다소 성긴 도로를 달려보면 기아가 K9의 서스펜션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다. 타이어가 요철을 오르내리는 소리만 들릴 뿐, 차체는 수도승처럼 냉정하다. 외부 소음 차단에도 정성을 쏟았다. 웬만큼 빨리 달리지 않고서는 풍절음을 느끼지 못한다.
실내 공간 꾸밈새는 주행 질감과 판박이다. K9의 인테리어는 화려하다고 자랑하지 않는다. 자극하지 않지만 눈길을 끌게 만든다. 운전자의 손이 직접 닿는 조작 버튼의 크롬 도금은 두툼하고 알차다. 스티어링 휠을 감싼 가죽의 질감은 포근하고, 시트와 도어 패널 장식재에 수놓인 스티치는 정교하다.
차에 오르내리다 보면 도어의 중량감에 놀라게 된다. 승객 안전을 위한 강철 빔 등이 문짝을 가득 채운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으면 전기모터가 도어를 차체에 완전히 밀착시켜주는 ‘고스팅’ 기능이 있어 눈이 번뜩 뜨였다.
K9은 40대와 50대, 자동차를 좀 아는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한다고 한다. 그래도 라디에이터 그릴과 테일램프 등 외양은 조금 더 젊어졌으면 좋겠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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